[월요포럼]정갑영/누굴 낙선시켜야 經濟사나

  • 입력 2004년 2월 8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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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선거 열풍이 한창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맞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민주당의 예비선거에서는 초반부터 존 케리 후보가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다. 그의 인기가 부시 대통령을 앞선다니 민주당의 집권이 요원한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 선거는 대부분 정책으로 판가름 나는데, 케리 후보는 첫 예비선거가 열린 뉴햄프셔주에서 당시 논란거리이던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조세감면을 통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것이었다. 케리 후보의 답변은 명쾌했다.

▼인기영합-市場무시한 공약 위험 ▼

“대통령은 가장 올바른(right) 정책을 선택해야지 인기 있는(popular) 대안을 제시해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이 인기 있는 정략을 버리고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권자가 올바른 사람을 선택하지 않는 풍토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표가 날아가는데 어떻게 인기 있는 정책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결국 유권자의 수준이 후보자의 수준을 결정하고, 국회의 위상도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국회와 정치권은 가장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지탄받고 있다. 경제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기업인까지 오염시키는 부패의 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국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당연히 유권자가 제대로 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 한국 땅에 시장경제가 바르게 피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법기관이 제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선 후보자에 대한 ‘경제적 검증’부터 해야 한다. 과연 리트머스 테스트의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후보자를 낙선시켜야 하나.

첫째,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공약으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후보자를 낙선시켜야 한다. 부채를 탕감하고, 신용불량을 정부 예산으로 정상화시켜 개인의 짐을 정부가 덜어주겠다고 공약하는 사람이다. 그 부담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결국 신용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시장경제의 핵심을 파괴한다.

둘째,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외면하고 경제를 법과 명령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기업을 이익추구의 경제단위로 여기지 않고, 법과 명령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회의 공익기관이라고 믿는다. 이런 발상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법규를 만들고,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취업자를 늘리려 한다. 그러나 시장은 오히려 거꾸로 움직인다.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가 많은 유럽의 실업률이 미국보다 월등히 높은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규제가 많아질수록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이태백’만 늘어난다.

셋째, 평등이나 형평을 경제개혁의 목표로 삼는 정치인도 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멀다. 형평을 이유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동등하게 대우하라고 입법한다면,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비정규직마저 줄어들고, 파트타임제가 등장할 것이다. 형평을 이유로 대기업의 투자를 규제한다면, 국내 투자는 감소하고 산업공동화가 촉진될 것이다. 시장경제는 경쟁과 효율이 생명인데, 평등을 강요하는 입법이 쏟아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넷째, 글로벌 경제에 대한 감각이 없는 후보자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고 어떻게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겠는가.

▼눈앞이익 급급한 정치꾼 경계를 ▼

경제적으로 낙후된 계층에 대한 배려는 사회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경제문제를 사회문제와 혼동하고 정치의 잣대로 규제한다면 경제는 침체되고 소외계층만 더욱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오히려 내 빚을 탕감해 주고 눈앞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자에게 표를 던져 버린다. 이런 유권자의 착각으로 엉뚱한 사람이 여의도에 입성하는 것이다. 그 오류가 바로 오늘의 정치판을 3류 집단으로 전락시키지 않았는가. 이제는 기웃거리는 신인들마저 ‘정치꾼’으로만 보일 뿐 제대로 경제에 기여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게 됐다.

이번만이라도 국민이 먼저 인기를 외면하고 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후보를 선택하자. 그래야 정치도, 경제도 모두 선진화될 수 있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정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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