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50도 凍土를 녹지로?…러 회장구속 석유사 “정부 탄압”

  • 입력 2004년 1월 3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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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50도의 동토를 녹지로 만들어라.”

지난해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고 있는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유코스가 정부의 ‘황당한’ 행정명령에 또 한번 망연자실하고 있다.

북시베리아 툰드라(동토)의 유전 개발 지역에 ‘주변 환경 보전’을 위해 녹지를 만들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러시아 언론은 “북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에 있는 유코스의 자회사 아르크티가스는 지난해 말 지방 자원환경청으로부터 이 지시를 받고 처음에는 ‘농담’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연중 8개월 동안 영하 50도 안팎의 혹한이 계속되는 툰드라 지대여서 녹지 조성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월까지 조성을 완료해야 하며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추가 공문을 받았다. 누가 봐도 ‘생트집’으로 기업을 괴롭히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 일간 코메르산트 등 언론이 “이러한 지시를 내린 관리는 정신병자”라고 지적할 정도다.

유코스는 지난해 12월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정치자금을 제공해 온 사실이 드러나 검찰과 세무당국의 집중적인 조사를 받아왔다. 탈세 혐의로 미하일 호도로프스키 회장이 구속됐으며 대주주 레오니트 네프즐린은 이스라엘로 도피했다. 외부 압박이 심해지자 현재 미국인 최고경영자를 앞세워 경영정상화를 꾀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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