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임계순 교수 저서수입 절반 조선족에 기부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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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한국인과 조선족 동포간에는 가슴 훈훈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보다는 추악한 이야기가 더 많이 생겨났습니다….’

최근 ‘우리에게 다가온 조선족은 누구인가’(현암사)를 내놓은 임계순(任桂淳·60·중국근현대사·사진) 한양대 교수. 그는 지인 70여명에게 책을 보내며 자신이 직접 쓴 편지 한 통을 함께 끼워 보냈다. 중국 동북지역의 조선족 역사와 그들의 항일운동, 중국의 개혁개방과 한중수교 등을 다룬 이 책의 인세 50%를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조선족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기부하겠으니 도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모금을 위한 은행계좌번호도 적었다.

얼핏 보면 ‘동포애’를 앞세운 감성적 호소로 보이지만 조선족을 바라보는 임 교수의 시각은 냉철하다.

“조선족에게 한국은 ‘조국’이 아닌 ‘고국’일 뿐입니다. 다만 그들은 경제적으로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우리는 남북통일과 한중관계를 위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거죠. 물론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관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들을 다 포용하지 못하면서 동포애를 내세우다가 실망시킬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섣불리 한민족임을 강조해 중국을 자극할 필요도 없다는 주장이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역시 바로 이런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족에 관한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한국인에게 사기 당한 많은 조선족 자녀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친척집이나 길거리로 내몰려 고통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거죠.”

우리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조선족을 돕는 일은 바로 이들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일이라고 임 교수는 강조했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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