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사참배에 韓-中 강력 항의

  • 입력 2004년 1월 2일 11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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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1일 전격적인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또 한국 정당들과 일본 야당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외교통상부는 2일 오후 외교부 청사로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새해 첫날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해 항의하기로 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의 범죄자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고이즈미 총리가 참배한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야스쿠니 신사를 더 이상 참배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힐 예정이다.

외교부는 이와 함께 정부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청용화(程永華) 일본주재 중국 임시대리대사는 1일 일본 외무성으로 야부나카 미토지(藪中三十二) 아시아대양주 국장을 방문해 중국 정부의 항의를 전달했다.

청 대사는 이 자리에서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중국과 일본간) 역사문제 중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고이즈미 총리가 4번째 참배한 것에 대해 "중국인의 민족감정에 상처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그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야부나카 국장은 연초의 의례적인 참배라면서 "평화적인 일본과 세계와의 관계를 앞으로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기분으로 참배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일본 민주당 간나오토(菅直人) 대표는 1일 기자들에게 "일본 자신이 전쟁 책임을 구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정식으로 참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간 대표는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 외에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인근 각국과의 공동행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개인의 신조를 위해 국익을 해치는 것은 총리로서 책임 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치다 다다요시(市田忠義) 공산당 서기국장은 "침략전쟁과 군국주의 추진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총리 스스로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입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이 침략전쟁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사민당도 "헌법의 정교분리원칙을 짓밟은 것으로 비판을 무시하고 매년 반복되는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강력히 항의한다"면서 "무종교적인 국립전사자 추도시설을 건립해야 한다는 관방장관 자문기구의 보고를 존중하는 기색도 없이 참배를 강행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비판하는 담화를 발표했다.

◆국내 정치권

국내 정치권은 참배를 성토하며 고이즈미 총리의 사과와 정부의 적극 대응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에서 "아시아 평화를 흔드는 충격적인 일로써 유감"이라며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정식참배는 스스로 침략전쟁을 숭배하는 행위이자 국제사회의 신의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에 대해 국제사회와 역사 앞에 사과하고 해명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의례적인 비판성명으로 미봉할 것이 아니라 일본정부에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이상만(李相萬) 부대변인은 "과거 그들이 말해온 '참회와 사죄'가 한낱 허구임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나라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각성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번 일은 노무현 정부의 '근일원미' 정책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정부는 더 이상 일본의 기고만장을 방치해서는 안 되며 주한 일본대사를 불러 엄중항의하고 주일대사를 소환해 일본 정부와 국민에 강력한 항의와 경고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서영교(徐瑛敎) 공보부실장은 "일본 총리가 국제적 전쟁범죄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에 대해 국민의 이름으로 분노하며, 국제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서 부실장은 이어 "과거 범죄에 대한 반성 없이 이러한 작태를 계속하면서 전쟁대국화의 음모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우리 국민과 정부의 수차례에 걸친 경고와 불만표시에도 불구하고 계속 신사참배를 한다는 것은 한일우호관계를 훼손시키겠다는 저의가 담긴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며 "만일 고이즈미가 한일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할 생각이 있다면 앞으로 이같은 만행을 중지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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