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승련/‘이라크 派兵준비’ 일본의 교훈

입력 2003-12-23 18:30수정 2009-10-10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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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는 국가들의 공통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어떻게 하면 현지인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을 것인가이다. 중동지역의 뿌리 깊은 반미감정에 비춰볼 때 자칫하면 파병국들이 ‘미국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이 지난 2개월 동안 NHK가 제작한 드라마 ‘오싱’을 이라크에서 방영한 것은 눈여겨볼 일이다.

일본은 라마단(금식 기간)이 시작되는 첫날인 10월 27일부터 매일 밤 10시 이라크 국영TV를 통해 오싱을 30분씩 내보내고 있다. 이 드라마는 20세기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까지 일본이 어려웠던 시기에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았던 오싱이라는 여성의 삶을 코끝이 찡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어로 더빙하고 아랍어 자막이 붙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일본이 이라크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일본인들이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것처럼 이라크인들도 부단한 노력과 동족애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자는 것이다.

일본은 또 이라크 의료진을 이집트의 카이로국립대 부속병원으로 초청해 단기연수도 시켰다. 10월 초 2주간 실시된 1차 연수의 수료식은 도쿄(東京)에서 열렸다. 일본의 지원을 받은 이라크 의사, 이들을 훈련시킨 카이로대 의과대 교수, ‘카이로 연수’ 경험담을 전해 듣는 이라크 환자들이 일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게 될지는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일본축구협회는 이라크 청소년들에게 12억원 상당의 일제 축구화, 유니폼, 축구공 10만여개를 기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본의 행보는 한국 정부가 구상하는 이라크의 재건사업이나 치안유지와는 성격이 다르다. 중요한 것은 추가 파병 문제로 우리의 국론이 분열돼 있는 동안 일본은 전투병 파병을 일찌감치 기정사실화하고, 일본을 바라보는 이라크인의 시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한국 정부가 이미 파병한 서희부대(공병)와 제마부대(의료)를 통해 이라크의 재건과 의료를 나름대로 지원해 왔고, 국제협력단(KOICA)과 민간단체의 이라크 대민봉사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무상지원금과 민간봉사자 수 등에선 한국과 일본을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한일 양국의 국력 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의 사전 준비작업이 일본에 비해 소홀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렵게 결정된 추가 파병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금부터라도 면밀한 준비를 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승련 정치부 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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