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엔 대미聖戰 외치더니 권총으로 차라리 자결하지”

  • 입력 2003년 12월 15일 23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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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에 붙잡힐 당시 사담 후세인은 권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미군이 자신을 찾아내는 동안 자결도, 저항도 하지 않은 채 포로가 됐다. 이를 두고 ‘승자’들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14일 CBS의 ‘60분(60 Minutes)’에 출연해 “여기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얼마나 모진 사람인지 과시하려고 허공에 소총을 발사하는 장면을 수백차례 사진에 담았지만 실제로 그는 그다지 모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후세인을 깎아내렸다.

또 럼즈펠드 장관은 “그는 지하 구덩이에 웅크려 있었고 소지한 권총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그는 매우 용감하지 않아 보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폴 브리머 미 군정 최고행정관은 후세인 체포 사실을 공식 발표할 때 “그 폭군은 이제 포로”라고 말해 25년 동안 공포, 철권통치를 해온 후세인을 깎아내리는 극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후세인 체포작전을 완수한 미 제4보병사단 레이먼드 오디어노 사단장도 “그는 시궁쥐(rat)처럼 붙잡혔다”며 “구덩이 밑바닥에서는 (후세인이라도) 저항할 수 없는 법”이라고 놀렸다.

이라크 국민은 그들에게 희생적 ‘대미(對美) 성전’을 촉구하던 후세인 전 대통령이 자결은커녕 저항조차 하지 않은 사실에 배신감을 갖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바그다드의 운전사인 카셈 셀슐(28)은 “전쟁 전 이라크 국민에게 미국에 맞서 싸우라고 호언하던 후세인이 정작 자신은 단 한 발도 총을 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가 자결하거나 저항하리라 기대했다”고 꼬집었다.

연합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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