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파견 공식결정]日 전투지역 파병…평화헌법 無力化

입력 2003-12-09 19:04수정 2009-09-28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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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드디어 이라크에 ‘사실상의 군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올해 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시작하자마자 ‘미국 지지’를 선언한 이후 8개월여 만의 일이다. 7월 26일 이라크특별조치법 제정 이후로도 4개월여가 지났다.

일본의 파병 결정은 두 가지 점에서 한국에도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우선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여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한국 정부의 결정에 탄력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이다. 일본의 파병은 한국 정부가 파병 반대론자를 설득하는 무기로 활용될 수 있다.

또 하나 전투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함으로써 교전권을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사실상 무력화된다. 일본 정부가 미국의 조기 파병 압력을 받으면서도 결정을 미뤄온 것은 파병반대 여론뿐 아니라 ‘위헌론’의 영향이 컸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도 7일 한 TV에 출연해 “이라크 파병은 헌법 규정을 넘어설 소지가 있다”고 파병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총리 재직 시절 92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캄보디아 파병을 결정했던 인물. 당시는 내전이 끝난 상태에서 유엔 활동을 지원하는 임무여서 위헌 소지가 적었다.

하지만 이라크는 사실상 전투지역이어서 무력충돌 가능성이 크다. 장갑차 외에 110mm 개인휴대 대전차탄, 84mm 무반동포 등으로 중무장하는 것도 이라크 저항세력과의 충돌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캄보디아 파병시 자위대원은 소총 또는 권총만 휴대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자위대를 비전투지역에 파병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라는 입장을 지켜왔다. 하지만 현재 이라크 치안상태는 일본 정부도 인정하듯 전투지역과 비전투지역으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해 이 논리대로라면 파병은 위헌이다.

그럼에도 파병 결정을 확정한 것은 미국의 파병 압력이 아니라도 미일 동맹을 중시한다는 외교정책을 고수할 것임을 뜻한다.

우익세력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온 개헌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자민당 내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은 군대보유 금지, 교전권 금지를 규정한 이른바 ‘평화 헌법’이 ‘대국 일본’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국민감정과 최근의 북한 핵 위기론 등을 들어 개헌을 통해 군대와 교전권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일본인 외교관 2명이 희생된 데서 알 수 있듯이 자위대가 이라크에서 활동을 시작하면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 등 야권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 명분으로 내세웠던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파병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현재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거나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은 80%에 이른다.

이런 반대 여론과 위헌론 비판을 누르고 파병을 결정했기 때문에 이라크에서 자위대원의 대규모 희생이 발생하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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