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이노우에씨 “내가 한국을 사랑하는 이유는 情때문”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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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식은 맵고 뜨거워요. 그러나 단순히 맵고 뜨거운 게 아니라 거기엔 묘한 향긋함이 있어요. 한국 사람의 정(情)도 음식 맛과 비슷해 단순한 듯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어요.”

일본인 여성 이노우에 아스코(井上敦子·47·사진)가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다.

이노우에씨는 26일 오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제7회 ‘서울이야기 시·수필 공모전’ 시상식에서 ‘내가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라는 글로 외국인 수필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소감을 통해 “서울을 사랑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만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노우에씨가 서울에 처음 온 것은 1980년대 초. 한국어를 전혀 못했던 이노우에씨가 자정이 다 돼 종로의 한 빵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빵집 주인은 빵을 팔 생각은 하지 않고 집으로 빨리 돌아가라며 등을 떠밀었다.

“나중에야 통행금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때 빵집 주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저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이후 몇 차례 서울을 방문했던 이노우에씨는 1999년 아예 ‘서울시민’이 됐다. 낮엔 시사일본어사에서 일하고 밤엔 고려대 교육대학원 한국어전공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 도봉구 쌍문동 다가구주택의 옥탑방에서 살고 있는데 집주인은 저를 볼 때마다 ‘밥 먹었느냐’고 물어요. 아무리 먹었다고 해도 저를 집으로 데려가요.”

이노우에씨는 “내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느냐”며 “이것이 서울의 인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마치면 일본에서 한국어 강사를 하고 싶다는 이노우에씨는 “앞으로 청계천이 복원되는 등 서울의 모습이 많이 변하겠지만 사람 냄새만은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선 이노우에씨를 포함해 30명의 외국인 등 모두 70명이 수상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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