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이곳]파리 시의회, 건물 고도제한 유지

  • 입력 2003년 11월 26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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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시의회는 25일 작지만 의미 있는 결정을 내렸다. 파리 시내 건물 높이를 37m 이하로 제한하는 현행법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이 결정이 있기까지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2001년 시장 선거 때 ‘주택 5만호 공급’을 공약했다. 심해지는 파리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서였다.

시장에 당선된 그는 고심했다. ‘옆으로는’ 더 지을 만한 땅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파리를 고층화하기로 결심한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법이었다.

1973년 완공된 209m 높이의 몽파르나스 타워는 고색창연하고 야트막한 건물이 밀집한 파리의 스카이라인을 망치는 주범으로 몰렸다. 그 결과 77년 건물 높이를 37m 이하로 제한하는 법이 만들어졌다.

들라노에 시장은 “파리를 근대와 현대 건축의 걸작이 공존하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호언하며 법 개정 문제를 공론화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24층짜리 LVMH 타워를 지어 세계 건축계의 찬사를 받은 프랑스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포르창파르도 “마천루는 파리에 새로운 세기의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지지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드러난 대부분 파리지앵의 반응은 “파리가 맨해튼처럼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였다. 시의회도 토론에 토론을 거쳐 25년 전 만든 법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시의회는 들라노에 시장과 같은 좌파가 장악하고 있기에 이날 결정은 더욱 빛났다.

파리의 모습을 지키려는 시민 정서를 공론화하고 수렴하는 이 과정이 바로 세계인이 선망하는 오늘의 파리를 만든 게 아닐까. 파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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