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구지원 병력에도 테러" 충격

  • 입력 2003년 11월 12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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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저항세력의 테러가 다국적군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남부 나시리야의 이탈리아 경찰 관서에서 12일 발생한 자살 차량 폭탄 테러는 인도적 복구활동을 벌이던 외국군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수도인 바그다드의 미군 지휘사령부에 이어 그동안 다국적군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없었던 남부 시아파 지역에서도 테러가 발생함으로써 이라크 전국이 ‘테러의 활동무대’로 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행정부의 안보팀은 11일 폴 브리머 이라크 주둔 미군정 최고행정관을 워싱턴으로 긴급 소환해 이라크 처리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나시리야 이탈리아 전투경찰 대상 테러=그동안 이라크에 주둔 중인 다국적군에 대한 테러는 미국 영국 스페인군 등을 상대로 잇따라 발생했다. 이탈리아 경찰 병력 등을 겨냥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주둔 이탈리아 병력은 경찰 및 지상군 등을 포함해 약 2500명이며 주로 나시리야 주변의 유프라테스 강둑에 기지를 두고 있다. 영국군이 이끄는 사단에 포함돼 있으나 치안 유지 및 복구 지원 활동 등 비전투 임무를 주로 수행해왔다.

이탈리아 의회는 12일 개회에 앞서 추모 묵념을 가졌으며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은 “이번 폭발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대한 이탈리아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피 대통령은 이날 오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이번 테러는 10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라크에서 미국에 협조하는 서방국들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혼란의 바그다드=11일 바그다드의 북서쪽 타지의 도로에 매설된 사제 폭발물이 터져 미군 1명이 사망했다. 이날 오후 바그다드에는 81mm 지대공 로켓으로 추정되는 4발이 바그다드 내 ‘그린 존(안전지대)’에 떨어졌다. 1발은 미 사령부 주차장에 떨어져 일부 차량이 파손됐다.

전날에는 바그다드 시내에서 155mm 포탄을 포함한 450kg가량의 폭발물을 가득 실은 구급차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외신들은 저항세력의 테러 및 공격 계획이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미군은 저항세력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민간인 피해를 늘림으로써 오히려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브리머 소환=브리머 행정관의 갑작스러운 소환은 미 행정부 내의 긴박한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날 브리머 행정관은 영국 다음으로 이라크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폴란드 레셰크 밀레르 총리와의 회동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안보회의에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관리들이 전원 참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리카도 산체스 이라크 주둔 미 사령관이 이라크 내 현재 상황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며 ‘전환점’이라고 거론한 직후 긴급회의가 소집됐다”며 “이는 새로운 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라크의 치안상황이 수도 바그다드뿐 아니라 북부와 남부에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최근 경고했다고 CNN방송이 11일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회의는 우선 이라크 권력이양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24명의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역할 및 인적구성에 대한 총체적인 검토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브리머 행정관은 이라크 헌법 초안 작성과 비준 계획을 채택하는 문제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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