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권력투쟁 ‘2라운드’…쿠레이,사임 의사 밝혀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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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4)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2라운드로 들어섰다.

지난달 사임한 마무드 아바스 전 총리에 이어 9일 아메드 쿠레이 신임총리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여기에 아라파트 수반이 중병에 걸렸다는 보도가 잇따라 나와 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쿠레이 총리는 9일 보안군 지휘권 문제를 놓고 아라파트 수반과 갈등을 빚은 끝에 사의를 표명했다. 아바스 전 총리가 사임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지휘권을 확보해야 이스라엘과의 협상에 제대로 나설 수 있다는 것을 전현직 총리들이 행동으로 주장한 셈이다.

이날 팔레스타인 의회는 쿠레이 총리 등 8명의 각료로 구성된 ‘임시 내각’에 대한 인준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무기 연기했다.

쿠레이 총리와 의회는 그간 내각이 제대로 된 권한을 가지려면 인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아라파트 수반은 1개월 임기의 ‘임시 내각’이므로 인준이 필요 없다고 주장해 갈등을 빚어왔다. 따라서 의회의 인준 연기는 아라파트에 반기를 든 것으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의회는 아라파트의 지지세력으로 간주돼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9일 아라파트 수반 내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최근 검진에서 아라파트 수반이 위암에 걸린 것으로 판명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집트 대통령 전담 의료진은 아라파트 수반을 검진한 결과 “강력한 독감과 장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해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을 맡은 1969년 이후 35년째 팔레스타인을 이끌어왔으나 뚜렷한 후계자를 만들지 않아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BBC방송은 쿠레이 총리가 사임 의사를 문서로 제출한 것은 아니라면서 단순한 위협인지, 진지한 심정 토로인지는 명확치 않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아라파트 수반은 그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사태로 팔레스타인에서 아라파트 수반의 리더십에는 큰 금이 가게 됐다. 아바스, 쿠레이 등 ‘포스트 아라파트’를 겨냥하는 지도자들의 세력구축 작업이 어떤 형태로든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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