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無罪”…나폴리 대학 유해여부 모의재판

  • 입력 2003년 10월 1일 19시 19분


커피가 재판정에 섰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한 대학 약학과가 커피의 유해 여부를 가리기 위해 재판을 벌였다고 BBC 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커피가 특정 질병을 예방하는지, 아니면 인체에 해가 되는지를 놓고 이탈리아 여러 대학의 법학과 교수가 주재하고 참고인 12명이 출석한 모의재판이 열린 것.

에토레 노벨리노 학과장은 “커피는 나폴리 지역을 대표하고, 숭배의 경지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재판 대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검사측은 커피가 불안 흥분 경련을 일으킬 수 있고 카페인 섭취를 중단하면 두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고를 펼쳤다. 커피는 또 담배와 마찬가지로 일하던 중 잠깐 동안 사무실을 비우는 핑계가 돼, 작업에 악영향을 끼치며 아이리시 커피의 경우 설탕뿐 아니라 술까지 섞어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커피 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사람들의 정신을 또렷하게 해줄 뿐 아니라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임으로써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과 상당수 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파비아 대학 제약 전문가인 마리아 다글리아 교수는 “하루에 세 잔 이하로 마시는 커피는 결장암과 간경변을 막을 수 있다”고 진술했다. 재판장은 변호인측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장은 커피가 뇌를 자극하고 피로를 줄여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직무 방해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판결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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