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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9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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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책임진 8인위원회=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9일 “수파차이 파니차팍 WTO 사무총장이 피터 서덜랜드 전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8인 특별위원회를 구성, 올해 안에 WTO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개혁안은 내년 초 회원국에 회람될 전망.
칸쿤 회의 직후 WTO를 ‘중세(中世) 기구’로 평가절하하면서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했던 유럽연합(EU)측도 WTO 사무국과 별도로 자체 개혁안을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결정 방식 어떻게 바뀌나=만장일치제인 의사결정 방식이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8인위원회가 구상 중인 방안은 ‘선택적인 배제(Opt-out)’ 조항을 신설하는 것.
회원국 대부분이 지지하는 통상협상안에 끝까지 반대하는 일부 회원국이 협상안에 서명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주자는 취지다. 이 회원국은 협상안에 따라 (시장개방 등) 불이익을 받지 않지만 혜택도 받지 못한다.
▽기타 개혁안=‘선택과 집중’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출범 초 공산품과 농산물의 관세인하에 집중했던 WTO 기능이 정부조달 투자규범 공중보건 등으로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반성이다. 현안이 많아지면 회원국 간 이합집산이 심해져 만장일치는 물 건너간다.
현재 560명 수준인 WTO 사무국 직원 수를 10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아프리카 회원국들은 ‘주고받는’ 협상에 익숙하지 못한 만큼 그들에게 각종 현안의 긍정 부정적 효과를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대 교수는 “환경보호 등 한 이슈만 좇는 비정부기구(NGO)들이 (개도국들을 부추겨) 일부 협상을 깨뜨렸다”고 지적했다.
▽개도국들, ‘그린 룸(Green Room)’ 공개 요구=8인위원회의 활동은 벌써부터 개도국 진영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옵트 아웃’ 방식이 적용되면 개도국들의 발언권이 약화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
개도국들은 그동안 “제네바에서 이뤄지는 WTO 사무국의 활동이 개도국들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며 투명성을 높이라고 촉구해왔다. 이들은 선진국들이 주요 통상이슈를 WTO 사무국 건물 내 ‘그린 룸’에서 비밀리에 조율한 뒤 추후 다른 회원국들에 공개해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통상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도국들의 반발을 의식해 WTO 개혁 작업은 내부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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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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