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머는 무대 못서나요"…러볼쇼이 발레리나 체중늘어 퇴출

  • 입력 2003년 9월 17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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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cm, 48kg의 몸매로는 안 됩니다.”

세계 최정상인 러시아 볼쇼이발레의 간판 발레리나가 “몸이 망가졌다”는 이유로 무대에서 내려오게 됐다.

아나톨리 익사노프 볼쇼이극장장은 16일 아나스타샤 볼로취코바(27.사진)와의 재계약 포기를 발표했다.

공식적인 이유는 계약조건을 둘러싼 이견. 그러나 러시아 언론은 “볼로취코바가 너무 크고 무거워 상대역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실제 이유”라고 전했다.

다른 발레리나에 비해 키가 큰 볼로취코바의 상대역을 할 발레리노는 볼쇼이극장에서 예브게니 이반첸코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반첸코가 가을 시즌을 앞두고 부상을 이유로 은퇴하자 볼로취코바는 연습 상대조차 구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이반첸코가 최근 갑자기 무거워진 볼로취코바를 들다가 허리를 다친 것이 악화돼 은퇴까지 하게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볼로취코바의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인 볼로취코바는 지금까지 살인적인 다이어트로 이를 극복해왔다고 한다. 아침을 차 한 잔으로 때우고 설탕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0세 연상의 영국인 백만장자와 결혼하고부터 몸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공연만 끝나면 아이스크림을 폭식하는 등 자기관리에 태만해지면서 체중이 공식발표와는 달리 50kg을 넘어섰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구조조정과 이미지 쇄신 작업을 벌이고 있는 볼쇼이극장이 나이 많고 다루기 힘든 볼로취코바를 내보내기 위해 ‘몸매’를 핑계 댔다는 분석도 있다. 볼쇼이극장은 올해만 35명의 무용수를 해고했다.

볼로취코바측은 극장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몸이 망가졌다’는 등의 소문을 언론에 흘려 분위기를 잡은 후 쫓아냈다는 것이다. 그의 대변인인 겔라 네미노바는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용계에서는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은퇴가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볼로취코바는 은퇴 후 연예계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남성잡지인 플레이보이는 볼로취코바의 누드 사진을 찍기 위해 끈질긴 설득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볼로취코바는 지난해 영화에도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노출 장면이 너무 많아 남편이 반대한다”며 취소한 적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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