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송유관 ‘환경 암초’…러, 영향평가 부정적 결론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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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 속에 추진되던 러시아 동(東)시베리아 송유관 건설사업이 난관에 부딪쳤다.

러시아 정부가 세계 최대 청정호수인 바이칼호 주변과 타이가(시베리아 원시림)의 훼손을 우려한 환경운동가들의 거센 반대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부정적’이라고 내렸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한국 러시아 중국이 추진 중인 이르쿠츠크 인근 코빅타 가스전 사업에도 반대하고 있어 시베리아 가스를 국내로 도입하려는 계획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이즈베스티야 등 러시아 언론은 3일 “자원개발부가 시베리아 앙가르스크∼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다칭(大慶)의 중국라인과 앙가르스크∼극동 나홋카의 극동라인 모두에 대해 부정적인 환경영향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공식 발표를 미루고 있다.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은 러시아 정부가 낙후된 시베리아와 극동의 발전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해온 대규모 사업인데다 중국과 일본 등 관련국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국은 그동안 송유관 노선을 놓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까지 직접 나서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왔다.

일부에서는 두 나라의 치열한 로비에 곤란해진 러시아가 사업을 잠시 미루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핑계로 들고 나왔다는 관측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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