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공중보건 협상 타결…2006년부터 극빈국 저가공급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15분


세계무역기구(WTO) 공중보건 부문 협상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타결됐다.

이번 타결로 에이즈 등 전염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아프리카 극빈국들이 2006년경부터 치료제를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트였다.

2001년 말 WTO 각료회의가 도하개발어젠다(DDA)에 공중보건 부문을 포함시킨 지 거의 2년 만이다.

▽미국의 막판 양보=DDA 4대 어젠다 중 개도국 이슈에 포함된 공중보건 분야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등 질병 치료제를 극빈국들에 싸게 공급하자는 것이 골자다. 극빈국 정부가 요청하면 치료제 생산권리를 특정 국가나 기업에 조건부로 인정하고 치료제의 특허권을 가진 기업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해 12월 지적재산권 관련 무역협상(TRIPS) 이사회에서 채택한 의장 초안(모타 초안)에 미국 제약업계의 특허침해 우려를 반영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부분 반영됐다.

지난해 말까지 146개 WTO 회원국 중 145개국은 대체로 극빈국 지원 원칙에 합의했지만 유명 치료제의 특허권을 대부분 갖고 있는 미국 제약업계의 반발로 타결이 미뤄졌다.

▽한국은 큰 이해 걸리지 않아=김창규 산업자원부 국제협력기획단 단장은 “한국은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이 아직 취약하지만 공중보건 분야가 취약한 극빈국 대열에는 끼지 않아 중도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지 요청을 받은 데다 국내 제약산업의 향후 발전 가능성 등을 따져본 뒤 ‘어떠한 제한도 둘 수 없다’는 개도국들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조하지는 않았다.

▽2006년쯤 시행=WTO 회원국들이 합의한 공중보건 분야의 결정문과 의장성명은 다음달 10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각료회의에 상정된다.

그러나 쌀시장 개방 등 ‘시장접근’ 어젠다 협상에 앞서 공중보건 분야를 미리 타결짓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그대로 추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DDA 전체 협상이 일괄타결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 합의안 이행에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단장은 “DDA협상 기한인 2004년 12월을 넘겨 이듬해 각국 국회비준 등 이행절차를 거친 뒤 2006년쯤 시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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