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합의문 채택못해…차기회담 개최엔 합의

  • 입력 2003년 8월 29일 18시 22분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북한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차 6자회담을 개최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추후 외교경로를 통해 협의키로 했다.

6개국은 29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사흘째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은 뒤 각자 자국 언론을 통해 이 같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6개국은 2차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확정하지 못한 데다 구체적인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의 합의문서도 만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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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6자회담 폐막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6개국은 6자회담을 계속하기로 합의하고, 2차회담의 날짜와 장소는 앞으로 외교채널을 통해 협의키로 했다”며 “대체로 두 달 안에 (2차회담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차 6자회담은 이르면 10월에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차관보는 또 6개국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고 △북한의 체제 안보우려를 해소하며 △북핵 문제를 단계적인 동시병행 방식으로 해결하고 △협상진행 중에는 사태악화 행동을 금지하는 4개항에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중 사태악화 행동 금지는 주로 북한을 지칭한 것으로 보이나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들도 북핵 국면을 악화시켜선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중 단계적 동시병행 방식의 합의는 그동안 북한의 선(先) 핵폐기를 강력히 주장했던 미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이 차관보는 “미국이 선 핵폐기 주장을 철회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봐도 된다. 이 문제는 민감하게 다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수석대표인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 차관보가 밝힌 4개 합의사항에 대화 지속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차기 회담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재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추가한 주최국 요약 발표문을 공개했다.

그는 또 북한과 미국은 대화가 지속되는 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북한을 위협 공격하거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자회담 폐막에 앞서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전환 의지를 밝히길 거부함에 따라 다음 회담 전망 자체가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한국과 중국이 밝힌 회담결과와는 상반된 입장을 나타냈다.

중앙통신은 “미국은 우리가 핵계획을 먼저 포기해야만 안전담보와 경제협력 문제를 논의할 수 있고 쌍무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미사일과 상용무력(재래식무기), 인권 등의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AP, AFP 통신과 CNN, CBS 방송 등 외신들은 28일 미국 행정부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핵무기 보유 및 핵실험을 공식 선언했다고 긴급 보도했다. 그러나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보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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