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재기 발버둥 - 반응 시큰둥

  • 입력 2003년 8월 20일 19시 10분


‘CNN답지 않은 게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그렇다면 CNN다운 것이란 대체 무엇인가?’

정체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TV 방송인 CNN의 고민을 뉴욕 타임스 주말판(17일자)은 이렇게 요약했다.

짐 월튼 CNN 회장은 폭스뉴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완전히 밀린 데 책임을 지고 1월에 물러난 월터 아이잭슨 전 회장으로부터 총체적 위기에 빠진 CNN을 물려받았다.

월튼 회장은 전 회장이 보수파 의견을 거침없이 내보내고 스타 앵커를 키우는 폭스뉴스를 모방하면서 시청률만을 위해 뉴스의 품위를 저버리게 된 데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그는 우선 스타 앵커 코니 청을 퇴출시키면서 사내외에 충격을 줬다.

코니 청은 아이잭슨 전 회장의 지휘 하에 폭스뉴스에 대응하기 위해 영입돼 오후 8시 황금시간대를 맡으면서 심도 깊은 뉴스보다는 주로 유괴, 성도착 사건 등 감각적인 뉴스에 치중했었다.

월튼 회장의 이 결정으로 CNN의 명성 회복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는 품위와 가치 있는 뉴스를 지향하되 간략한 사실만을 전달하는 CNN 설립 당시의 “뉴스가 스타다(the news is the star)”라는 목표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신 그가 선택한 전략은 뉴스를 전달하는 방식, 특히 전달하는 사람을 중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이 문제인지 아는 것과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 CNN은 폭스뉴스의 간판 프로그램인 ‘오라일리 팩터’를 진행하는 빌 오라일리에 대응하기 위해 아이잭슨 전 회장이 폭스뉴스에서 빼온 폴라 잰을 내세웠다. 폴라 잰은 이때까지는 CNN의 아침방송을 맡으면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러나 부드럽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아침방송 형식을 저녁시간대로 옮겨온 파격은 실패하고 말았다. 시청률은 코니 청 때보다도 떨어졌고 CNN의 정체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그램이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돼 또다시 ‘대수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CNN은 5월 새로운 정체성을 보여줄 프로그램을 8월까지 선보이겠다고 장담했지만 다시 9월로 미룬 상태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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