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3년 8월 20일 19시 1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지난해 초 헤지펀드의 큰손 조지 소로스 등이 총 200만달러를 모아 만든 이 펀드의 운영은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맡고 있다. IIE는 최근 펀드 규모를 1000만달러로 확대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 펀드는 자국 내에서 신변 위협 때문에 연구 활동을 할 수 없는 학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탈출해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기금이다. 현재까지 65개국 300여명의 학자가 지원을 요청했으며, 19개국 출신 30명이 자국을 떠나 미국 프린스턴대나 노르웨이 등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학자들은 아프리카 반군, 콜롬비아 마약 중개업자, 테러리스트, 종교적 근본주의자 등 다양한 세력에 의해 위협을 받았다.
옛 소련 출신의 한 해양생물학자는 갑각류 분포에 대한 연구를 하던 도중 정부의 경고를 받았으며, 아프리카의 한 학자는 대학도서관 기금 일부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위협과 협박에 시달렸다.
학자 자신이 특정 정치조직이나 특정 종교와 관련되지 않았는데도 위협을 받은 경우도 있다. 한 학자는 정치 파벌의 지도자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파벌의 공격 대상이 됐다.
IIE는 이 학자들의 탈출을 돕고 다른 지역의 연구기관을 알선해주며 연간 최대 2만달러까지 정착 비용을 지원한다. 어느 나라 학자든, 연구 분야가 무엇이든 제약은 없다. 그러나 단지 ‘치안이 불안한 지역’에 있는 것만으로는 수혜를 받을 수 없으며 학자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있어야 한다.
한편 IIE는 이 제도가 제3세계의 두뇌 유출을 조장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신청자 중에는 위협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다른 곳에서 연구하고자 하는 ‘얌체족’도 있기 때문.
IIE는 1930년대부터 위험에 처한 학자들을 도와왔다. 지난 70여년간 원자핵 물리학자 펠릭스 블로흐, 소설가 토마스 만, 철학자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등이 도움을 받았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