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代役의 파란만장 가짜인생 19년

  • 입력 2003년 8월 1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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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대신해 19년 동안 그의 ‘분신’으로 살아온 가짜 후세인 미하일 라마단(56.사진)의 일생이 처음 공개됐다. 다음은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가 12일 이집트 일간 ‘피라미드’ 보도를 요약해 전재한 내용.》

▽후세인의 간택=라마단은 바그다드 남부 카르발라의 공립학교 교사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은 바그다드 시청에 근무하던 자형이 동료들에게 “처남이 후세인 대통령과 꼭 닮았다”는 말을 하면서 송두리째 뒤바뀌기 시작했다.

바그다드 시장 비서실장이던 후세인의 외삼촌이 이 말을 듣고 라마단을 불러 면접한 후 ‘낙점’했다.

이후 라마단은 대통령궁의 밀실에서 가짜 후세인 훈련을 받았다. 독일 의사에게 성형수술까지 받았다. 콧날을 좀 더 높였고 뺨의 여드름 자국을 없앴다.

1년간의 훈련이 끝난 뒤 라마단을 만난 후세인은 “우리 어머니가 봐도 구분 못 하겠다”며 흡족해했다.

▽가짜 후세인의 임무=라마단은 1980년 12월 처음 후세인을 대신해 바그다드의 한 아동병원을 시찰했고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라크-이란전쟁(1980∼1988년)이 터지자 전선을 돌며 장병들을 격려하다 유탄을 맞아 부상하기도 했다.

1983년 9월 쿠르드 반군의 습격을 받아 경호원 등은 모두 숨지고 그는 생포됐다.

그러나 다음날 후세인이 TV 화면에 등장해 쿠르드족은 자신들이 잡은 후세인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다. 후세인은 5개월 동안 반군과 협상한 끝에 100만달러의 몸값을 주고 그를 구해냈다.

▽미국 망명=이라크 공산당원이던 처남이 체포되면서 라마단의 아내와 두 아이도 정보요원들에게 연행됐다. 라마단은 후세인에게 가족의 구명을 간청했으나 후세인의 장남 우다이가 이들을 처형했다. 그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후 라마단은 장병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쿠웨이트로 갔다가 승용차가 폭탄 테러를 당하는 바람에 중상을 입었다.

이때 간호사로 그를 돌봤던 사람이 지금의 아내 소피아.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자란 소피아와 미 정보기관의 설득으로 그는 1999년 망명을 결심했다. 현재 그는 미 정보기관의 보호 아래 이름을 바꾸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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