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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7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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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사는 의회가 주도=재정경제부는 “미국 재무부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환율 조사는 미 재무부가 아니라 미 의회가 선도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미 의회는 1988년 ‘종합 무역 및 경쟁법 부칙 3004조’(통칭 슈퍼 301조)를 신설했다. 행정부에 적절하고 지속가능한 수준의 무역 및 자본수지 균형을 위해, 미국의 무역상대국이 그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환율을 확보하도록 다른 나라와 환율 및 경제정책을 교섭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환율조작에 대한 조사는 의회가 주도적으로 제기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미국 GAO의 조사는 미 의회가 이 법에서 부여한 권한을 동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발동할 수도 있다는 사전 경고의 성격을 갖고 있다.
▽한국, 주요 표적은 안 될 듯=현재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1%에 이르며 앞으로 18개월 이내로 적자폭이 7%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큰 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올리고 있을 뿐 아니라 달러 대비 통화가치 상승 폭이 유로화 상승 폭에 못 미치기 때문에 미 의회가 ‘1988년 종합무역법’을 발동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 의회가 이 법을 발동하더라도 한국은 일단 주 타깃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2년 1월 이래 19개월 동안 한국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통화가치가 가장 많이(12%)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일본(11%)이나 대만(2%) 중국(0%)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조사 시작되면 어려움 예상=한국이 이 법 적용 대상의 주 타깃이 아니더라도 일단 환율조작국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한국경제는 큰 부담을 안게 된다.
미 재무부는 의회의 요구에 따라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매년 두 차례 한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 일본 독일을 대상으로 환율변동과 미국과의 무역수지를 면밀히 조사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 바 있다. 보고서를 제출하기 직전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당시 한국 재무부를 대상으로 강하게 압력을 행사했다.
한국은 86∼89년에 ‘반짝’ 무역흑자에서 벗어나 무역적자로 돌아섰는데도 미국은 환율 이외에도 자본시장 자유화와 국내 소비 확대 요구를 90년대 초반까지 계속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 등 국내소비 진작 정책을 폈고, 이는 외환위기를 맞을 때까지 무역적자 폭이 계속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 됐다.
한국은 80년대 말 무역협회를 중심으로 대미(對美) 무역사절단을 보내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미국물품을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미국의 원화절상 압력을 잠재우려 하였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1980년대 말 미국 재무부의 원화 상승 압력 | ||
| 기간 | 미국의 요구, 당시 환율 | 요구 기간 후 환율 |
| 1987년 4월(ADB 총회) | 3∼6월:846.9→780(8% 상승요구) | 6월말:808.9 (4.5% 가치 상승) |
| 1988년 4월 (미국 재무장관 베이커 서울 방문) | 3∼6월:746.2→700(6.2% 상승 요구) | 6월말:728.3 (2.4% 가치 상승) |
| 1988년 12월 (한-미 재무 차관보 회의) | 특정 환율 요구 않고 “계속적 원화가치 상승” 요구 | 해당 없음 |
| 1989년 2월 (한-미 재무장관 회의) | 특정 환율 요구 않고 “적절한 수준으로 원화가치 상승”요구 | 해당 없음 |
| 1989년 3월 (한-미 재무 차관보 회의) | 3∼5월:671.9→650 (3.3% 원화가치 상승 요구) | 5월말:666.7 (0.8% 가치 상승) |
| 1989년 4월 (한-미 재무 차관보 회의) | 3∼6월:671.9→657 (2.2% 원화가치 상승 요구) | 6월말:667.2 (0.7% 가치 상승) |
| 1989년 8월 (미국 브레디 재무장관 서한) | “지속적 원화 상승과 한국의 금융시장, 환율, 자본시장에 대한 정례적 회의 제안” | 해당 없음 |
| 자료:한국 재무부(당시)의 1989년 국회 재무위 제출 자료 | ||
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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