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軍·警-시위대 충돌…비상사태속 혼란 가속

  • 입력 2003년 5월 29일 19시 33분


코멘트
2년 전 정통성 있는 민주정권이란 평가를 받으며 출범한 페루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대통령 정부가 이해집단들의 거센 집단행동에 부닥쳐 위기를 맞고 있다.

2주 전 교사노조의 파업으로 촉발된 위기는 국영병원 의사 간호사, 농민들의 폭력 시위와 파업으로 이어지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야당으로부터 “우유부단한 리더십으로 이해 집단들에 끌려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온 톨레도 대통령은 27일 전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군을 출동시키는 등 강경한 태도로 돌아섰다.

▽정부와 파업세력 충돌=28일 밤 전격 작전에 돌입한 군 병력은 농민시위대가 팬아메리카 고속도로 64곳에 돌과 타이어로 만들어 놓은 바리케이드를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돌을 던지며 저항했다. 또 곳곳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파업교사들을 해산시켰다.

톨레도 대통령은 27일 오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며 “나에겐 2600만 페루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질서를 수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에게는 “6일 내에 교단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불행한 사태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교사노조는 과격행동은 자제하지만 파업은 계속하겠다고 맞섰다.

▽파업 경과=이번 사태는 교사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2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면서 촉발됐다. 교사들은 월 190달러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30% 이상 올리라고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월 30달러 인상을 최종안으로 제시한 상태.

26일에는 농민들이 농작물 세금 인하와 외국산농산물 수입 제한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막고 시위에 들어갔다. 27일에는 국영병원 의사와 간호사 수천명이 임금인상과 감세를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했다.

퇴직 경찰관들도 연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다음달 5일부터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페루 내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2주 내에 30건의 시위와 파업, 도로차단이 예정돼 있다.

▽위기의 원인=페루 야당과 정치평론가들은 “톨레도 정부의 물러 보이는 이미지가 이해집단들로 하여금 힘으로 밀어붙이면 정부가 굴복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8일 전했다.

그러나 워낙 절대적 빈곤 상황에서 분출되는 집단행동을 정권의 실책 탓으로만 몰아붙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가난한 인디오 원주민 출신으로 처음으로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게 걸었던 워낙 큰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톨레도 대통령은 원주민 출신으로 구두를 닦으며 고학,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비주류 출신의 입지전적 인물. 2000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정권의 부정선거에 앞장서 저항했으며 이념적으로는 중도계로 분류된다.

톨레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일자리 창출과 인구의 50%에 달하는 빈민층의 삶 개선, 사회정의 구현을 약속했고, 실제로 집권 후 매년 5% 이상의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나 빈민층은 손에 잡히는 변화가 없다며 실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