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日經連회장 취임1돌]금기 잇따라 깬 日재계 首長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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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의 영향력이 다시 확대될 것인가.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경단련(經團連) 회장에 취임한 지 27일로 1년을 맞은 오쿠다 히로시(奧田碩·71)도요타자동차 회장은 정치권에 대한 재계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이른바 재계의 각종 금기(禁忌)에 도전해 왔다. 정치헌금을 부활하고 소비세를 대폭 인상하도록 주장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단련은 93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다는 차원에서 정치자금 ‘알선책’ 역할의 중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각 기업이 알아서 헌금을 했기 때문에 액수는 줄었어도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았다.

오쿠다 회장은 작년 12월 단체를 통한 정치헌금 부활을 선언했다. 건전한 정당활동을 경제계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또 작년 11월 말 현행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하려면 5%인 소비세를 18%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소비세 인상에 소극적이던 일본상공회의소 등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오쿠다 회장이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한 사례다.

올 2월에는 이른바 ‘춘투(春鬪)’를 앞두고 “지난 10년간 기본급은 생산성 향상이나 물가인상분과 괴리가 있었다”며 재계가 노조의 기본급 인상 주장을 일축하도록 강성 분위기를 주도했다. 3월에는 구조개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해 “내가 만일 총리가 된다면 모든 각료의 사표를 받을 것이며 사표를 안 내는 각료는 해임하겠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일본 경제평론가들은 오쿠다 회장의 영향력에 대해 “연간 경상이익만 1조4000억엔(약 14조원)에 달하는 도요타자동차의 힘”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는 1955년 도요타자동차 판매분야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리부장 등을 거친 전문경영인. 도요타 집안사람이 아닌 인사로는 처음으로 1995년 도요타자동차 사장에 올랐으며 4년 뒤 회장에 취임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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