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쟁지지 고이즈미 - 스페인·濠총리에 '최고 예우'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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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종전과 함께 미국을 찾는 각국 정상들이 부쩍 늘었다. 미국의 초청을 받은 정상들의 면면은 어떠하며 또 이들은 어떤 대접을 받는가.

최근 미국을 방문했거나 수 주 내에 방문할 예정인 정상들 중에는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5월 19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6월중),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5월 22일 예정), 존 하워드 호주 총리 (5월 2일), 호세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5월 7일)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자국내의 거센 반전 여론에도 불구, 이라크전쟁에 참전했거나 이라크 공습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국 정상들에 대한 의전은 △국빈방문(State Visit) △공식방문(Official Visit) △공식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비공식방문(Private Visit) 등으로 나뉜다.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의 19일 방문은 국빈방문. 필리핀은 아세안(ASEAN)국가 중 싱가포르와 함께 이라크전을 지지했다. 그의 이번 방미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다.

국빈방문이 가장 격이 높다고 할 수 있지만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목장으로 초대받는 정상들이 최고의 예우를 받은 것으로 간주된다.

22일 1박 2일 예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일본의 고이즈미 총리와 5월 첫째 주말에 미국을 찾은 호주의 하워드 총리가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받은 케이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부시 대통령이 손님을 ‘사무실(백악관)’이 아닌 ‘집(크로퍼드)’으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상대방에 대한 깊은 신뢰를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돼 왔으며 이전에 부시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을 쌓은 경우에만 해당돼 왔기 때문이다.

미영 연합군을 지원하기 위해 2000명의 병력을 이라크에 보낸 호주의 하워드 총리는 2일 목장에서 만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은) 철의 인간(man of steel)’이라는 칭송과 함께 ‘명예 텍사스 주민’으로 위촉됐다. 고이즈미 총리 역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이라크전쟁을 지지해준 데 대한 감사와 칭송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영국과 함께 이번 전쟁에 앞장섰던 스페인의 아스나르 총리 역시 올 2월 크로퍼드 목장에 초대된 데 이어 5월 1일 다시 워싱턴을 방문했다. 불과 석 달 만에 다시 만난 그에게 부시 대통령이 안긴 ‘선물’은 미국의 테러단체 명단에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방 분리주의 운동을 지지해온 스페인의 야당 바타수나를 포함시킨 것. 스페인 총선을 앞두고 내려진 이 같은 조치는 그의 지지 세력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덴마크 카타르 등 이라크 전쟁 지지를 밝힌 국가 지도자들을 백악관의 비공식 조찬 오찬에 초청, 개인적인 감사를 표시하는 등 이들에 대한 각별한 친밀감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반전 세력을 주도했던 프랑스 독일에 대한 미 행정부의 홀대는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의 행동은 (이들 국가와) 과거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이들이 어떻게 협력해 나갈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해 아직도 가시지 않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나타냈다고 현지 외신들은 8일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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