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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9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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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그동안의 검역 및 방역 수준을 한층 강화하는 등 확산 방지에 나서고 있다.
▽환자 계속 늘어날 듯=지금까지 국내에서는 14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 중 8명이 현재 각 시도 격리병상에서 치료 및 관찰을 받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들 중 증상이 악화돼 폐렴으로 발전한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일부가 환자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또 지난해 말부터 15만여명이 중국과 홍콩을 다녀왔기 때문에 최소 10명 정도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잠재적으로 2차 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국에서 ‘사스 대란’이 일어나 현지 유학생 등이 대거 입국하면서 신고사례나 의심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사스 의심 사례로 신고된 사람이 57명으로 이들 중 다수는 단순 감기 환자일 수 있으나 사스 환자로 최종 판정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에서 사스 확산이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유학생 귀국이 마무리되는 금주가 사스 발생의 고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차 감염을 막아라=사스는 병 자체의 파괴력보다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생기는 파장이 더 무섭다. 특히 환자가 의사나 가족, 일반인 등에게 전염시키는 2차 감염이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환자의 수가 아니라 2차 감염 환자의 유무에 따라 ‘여행 위험 지역’을 지정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6명의 환자가 발생해 모두 완쾌됐지만 2차 감염자가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여행 위험지역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 무디스와 S&P 등의 신용평가회사는 사스에 대한 대처 능력을 국가 신인도 평가항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국처럼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여행 위험지역으로 지정되면 경제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적으로 사스가 발생한 28개 지역 중 2차 감염 환자가 생긴 지역은 7곳에 불과한 만큼 사스의 2차 감염 예방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
우선 중국에서 귀국한 유학생 가운데 검역 단계에서는 멀쩡했지만 며칠 뒤 고열,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난 사람이 사스 확산의 뇌관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오명돈(吳明燉) 교수는 “이들이 동네 의원이나 병원을 찾았을 경우 의료진이나 다른 환자에게 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보건소로 직행하도록 규정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동네 의원에서 의사들이 환자의 병을 모르고 진료하다 감염될 수 있는 데다 환자 관리도 쉽지 않다. 또 침방울을 막을 수 있는 N-95 마스크를 갖춘 곳도 드물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현재의 소규모 격리병상이 아니라 격리 전문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하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이런 병원이 하나도 없다는 게 문제다.
격리병원이 아닌 일반병원에서 환자를 보게 되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처럼 의료장비 및 의료진, 다른 환자 등을 통해 사스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균관대 의대 감염내과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국가가 강제로 격리 전문병원을 지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 국내 사스 의심환자 현황 (자료:국립보건원) | ||||||
| 접수일 | 성별 | 연령대 | 여행지 | 구분 | 입원 여부 | 비고 |
| 4월 3일 | 남 | 3 | 중국 광둥성 | 의심 | 격리해제 | |
| 4월 4일 | 〃 | 30대 | 〃 | 〃 | 〃 | PCR 양성 |
| 4월10일 | 여 | 20대 | 중국 베이징 | 〃 | 자택격리 | |
| 4월11일 | 〃 | 30대 | 없음 | 〃 | 〃 | PCR 양성 |
| 4월17일 | 〃 | 20대 | 중국 베이징 | 〃 | 〃 | PCR 양성 |
| 4월17일 | 남 | 30대 | 중국 광둥성 | 〃 | 〃 | |
| 4월19일 | 〃 | 40대 | 중국 상하이 | 〃 | 격리해제 | 결핵균 검출 |
| 4월23일 | 〃 | 30대 | 홍콩 | 〃 | 입원중 | |
| 4월24일 | 〃 | 20대 | 중국 베이징 | 〃 | 〃 | |
| 4월24일 | 여 | 〃 | 중국 상하이 | 〃 | 〃 | |
| 4월26일 | 남 | 40대 | 중국 선전 | 〃 | 〃 | |
| 4월26일 | 〃 | 〃 | 중국 베이징 | 〃 | 〃 | 일본인 |
| 4월27일 | 〃 | 20대 | 〃 | 〃 | 〃 | |
| 4월28일 | 〃 | 10대 | 〃 | 〃 | 〃 | |
| 4월28일 | 〃 | 40대 | 〃 | 추정 | 〃 | |
PCR는 중합효소면역반응 검사법을 의미.
▼사스 추정환자란▼
WHO는 사스 환자를 의심환자와 추정환자로 구분한다. 추정환자부터 WHO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추정환자의 가검물을 채취해 바이러스 분리에 성공하면 이 환자는 명백한 사스환자가 된다. 의심환자는 △증상을 나타내기 이전 14일 내에 위험지역을 여행했거나 사스로 진단된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경력이 있고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잦은 호흡 등 호흡기 증상이 함께 있어야 한다. 여기에 X선 촬영 결과 폐렴 증상이 나타나면 추정환자로 간주된다.
▼폐렴과 사스▼
폐렴 중에는 폐렴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등 세균이 일으키는 세균성 폐렴이 많은데 이를 ‘정형적 폐렴’이라고도 한다. 반면 마이코플라즈마, 클라미디아, 레지오넬라 등의 세균이 원인인 폐렴은 마른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나며 ‘비정형균 폐렴’이라고 부른다. 사스는 변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중국과 일본 등에서는 사스를 ‘비정형 폐렴’, ‘신종 폐렴’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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