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 고이즈미 日총리 '초라한 성적표'…지지율 '반토막'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55분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26일로 집권 2년을 맞는다.

집권 자민당내 소수파였던 그는 2001년 개혁을 바라는 국민적인 인기를 업고 총재 경선에서 승리해 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출범 초기 80%를 웃돌던 지지율은 개혁 노선이 흐지부지되면서 현재 45%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9월경으로 예상되는 총재 경선에서 그를 누르고 차기 총리에 오를 만한 당내 유력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인기도 시들해 정권 교체 가능성도 거의 없다. 현재는 무소속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차기 총리감 물망에 오르내리지만 70세의 고령에 좌충우돌 성향의 그에게 총리직을 맡기면 안 된다는 견제도 상당해 실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

총리 취임후 2년간 분야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인기 하락 현상도 이상하지 않다.

우선 장기불황에 빠진 경제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2년간 도쿄증시 닛케이 평균주가는 13,973엔에서 7,854엔(24일 종가)으로 거의 반토막이 됐다. 사라진 주가 총액은 150조엔(약 1500조원)에 달한다. 실업률은 5.5%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부실채권정리를 비롯한 금융 개혁, 공기업 민영화, 행정규제 개혁 등의 조치는 말만 무성했지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교적으로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해 9월 17일 북-일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된 직후에는 일본의 현안인 북한과의 수교교섭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퍼지면서 그의 인기도 치솟았다. 하지만 일본인 납치문제로 곧 수교교섭이 중단됐다. 이어 북한의 핵개발 위기가 발생했지만 일본은 다자간 논의에서 배제됐다.

한때 인기를 더해주었던 ‘고이즈미식 수사(修辭)’도 이제는 식상해하는 이들이 많아진데다 말실수도 잦아 오히려 이미지를 깎아내리고 있다.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이유에 대해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라고 밝힌 것이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대응과 관련, “분위기에 따라 정하겠다”는 말은 애매모호한 차원을 넘어서 총리에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지적됐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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