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꺾인 아라파트…총리 내정자에 치안權 이양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55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사진)이 미국과 유럽연합(EU), 그리고 아랍국들의 압력과 설득에 굴복해 치안 관련 권한을 마흐무드 압바스 총리 내정자에게 내줬다.

아라파트 수반은 23일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은 압바스 총리 내정자가 제시한 각료명단을 수락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과격단체 단속권한을 갖고 있는 치안담당 장관 인선을 둘러싸고 압바스와 대립하며 조각 결정을 며칠째 지연시켜 왔다. 압바스는 치안담당 장관에 가자지구 치안대장인 모하메드 다흘란을, 아라파트 수반은 자신의 측근이자 현 내무장관인 하니엘 하산을 임명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그러나 아라파트 수반은 조각 명단 발표시한을 불과 7시간 앞두고 압바스측과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했다. 압바스는 총리 겸 내무장관을 겸임하는데다 측근을 치안담당 장관에 기용함으로써 치안 및 국정운영 권한을 장악하게 됐다. 아라파트 총리는 대신 신변안전을 보장받고 치안경찰 병력을 제외한 다른 치안기구들에 대한 통제권,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합의는 30년간 독보적인 권력을 유지해온 아라파트 수반의 정치적 패배이며, 그의 권력의 쇠퇴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