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 베이징은 공황상태]중국판 체르노빌?

  • 입력 2003년 4월 24일 18시 41분


‘사스는 중국판 체르노빌 사건이 될 것인가.’ 체르노빌 원전사고 은폐가 구소련의 몰락을 가속화했듯이 중국정부의 사스 은폐가 현 체제의 붕괴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23일 미국의 한 전문가가 경고했다.

제임스 골드게이어 조지 워싱턴대 교수(유라시아학)는 이날 LA 타임스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의 사스 대응을 1986년 체르노빌 원전 방사능 유출사고에 비유했다. 당시 모스크바 당국은 사고를 은폐하려다가 방사능 낙진이 유럽 각국으로 확산되자 뒤늦게 이를 시인했다.

물론 구소련이 체르노빌 사건만으로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사고 은폐를 계기로 급진파 지식인들이 정보 공개 등을 요구했고 이는 전반적인 정보 공개와 개혁 요구로 이어져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개혁·개방 계획이 힘을 얻었다는 것. 중국 정부가 사스 피해를 감추는 데 급급해 근본적인 대응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오히려 피해만 늘어나고 국내외 불신이 증폭된 것은 과거 체르노빌 사건 때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미 외교협회 펠로이기도 한 골드게이어 교수는 “정부가 정보 은폐로 국민에게 불신받는다는 것은 반체제 인사들의 문제 제기에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중국도 체르노빌 사건 이후의 구소련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이영이기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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