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초호화 대통령궁이 폐허로

  • 입력 2003년 4월 8일 0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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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이라크의 대통령궁이 미군의 수중에 들어가면서 크게 손상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궁은 1997년 서방 기자들에게 일부 공개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간인 접근이 금지돼 왔다. 1998년 유엔조사팀이 사찰할 때도 이라크 주권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대통령궁에 대해서는 개괄적인 조사만 했었다.

대통령궁은 대통령 동상, 이탈리아산 대리석, 인공호수, 축구장의 10배쯤 되는 초대형 잔디밭 등으로 호화롭게 꾸며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7일 미군에게 수색 당한 대통령궁은 반쯤 폐허가 된 모습이었다고 AP통신의 바그다드 특파원이 전했다. 모래폭풍 등의 영향으로 건물 내부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매캐한 연기가 자욱했다는 것.

AP통신은 “금빛으로 물들인 바로크풍의 프랑스 가구 모조품들이 먼지에 뒤덮여 있었고, 수영장과 연못도 물이 마른 채 흉한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고 전했다. 어린이용 방에는 4개의 침대가 있고, 다른 방들도 대부분 고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가구가 비치돼 있었으나 장식장과 가구 속은 모두 비어 있었다. 또 각 방에는 TV수상기가 여러 대씩 있었다.

후세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전국에 10여개의 궁을 지었다. 이날 미군이 수색한 궁은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집권 바트당 당사 인근에 위치해 있다.

“모래색 벽돌 건물의 돔은 청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세라믹 타일로 장식됐으며, 건물 밖에는 바비큐 파티에 쓰인 듯한 천막도 눈에 띄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지하와 1층 바닥은 대체로 원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물에 잠겨 있었고 3층과 4층은 폭격으로 골격만 남았다. AP통신은 “그러나 대통령궁에서 보이는 티그리스강의 전경은 장관이었다”고 전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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