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개전 15일째]美 "공화국수비대 2개사단 궤멸"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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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상군이 바그다드 문턱까지 도달했다. 치열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이라크 공화국수비대와의 2일 정면 격돌에서 의외로 수월하게 승리한 미 지상군은 3일 기세를 몰아 바그다드 남쪽 10㎞ 지점까지 진격했다. 전쟁의 분수령이 될 바그다드 진격 직전 단계까지 들어간 것.

2, 3일의 전과에 대해 연합군 지휘부와 미국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전쟁 초반의 부진을 씻고 승리를 위한 추동력을 얻었다”고 흥분하고 있다.

▽미군 바그다드 문턱 도달=양측 정예군의 정면 격돌은 2일 바그다드 서남부 바빌론 인근과 동남부 쿠트 인근 두 곳에서 벌어졌다. 이라크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됐던 이른바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서 미군이 공격을 시작했으나 이라크군의 저항은 예상보다 약했다.

바그다드 남서부 70㎞ 지점에서 공화국수비대 마디나사단과 격돌한 미 제3보병사단은 유프라테스강의 주요 교량을 확보한 데 이어 3일 바그다드 남쪽 32㎞ 지점에서 이라크군 500여명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린 뒤 파죽지세로 바그다드 교외 사담국제공항 근처까지 진격했다.

남동부 쿠트 인근에서 바그다드사단과 격돌한 미 해병 제1사단도 쉽게 승리를 거두고 티그리스강을 건너 6번 고속도로를 타고 바그다드 동남쪽 32㎞까지 진격했다.

정예부대가 이렇게 맥없이 물러난 데 대해 모든 방어능력을 바그다드에 집중시키기 위한 작전상 후퇴였다는 분석과, 1주일 넘게 집중 폭격을 당해 전력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에는 여전히 공화국수비대 3개 사단이 건재해 있다. 현재 동남쪽 시경계에는 아드난사단이, 서남쪽 시경계에는 니다사단이 교차로 등 길목에 매복해 있다. 시 중심부에는 공화국특별수비대 사단이 학교 주택가 등에 퍼져 배치돼 있다.

▽언제, 어떻게 진격할까=미군은 고삐를 늦추지 않고 빠르게 진격, 4일 중 바그다드 시경계선 부근에 포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군이 곧바로 바그다드 시내까지 밀고 들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찔러보기식 탐색전을 벌이거나 제4보병사단 등 지원부대의 합류를 기다릴 것이라는 분석.

물론 미 국방부 일각에서는 속전속결을 원하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곧바로 시내로 진격하는 ‘모험’을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즉 전면 진격은 아니지만, 동남부의 해병대 선봉대가 이라크의 최후방어선에 날카로운 공격을 가한다는 것. 그 결과 △이라크군이 맥없이 밀리면 전면 진격하고 △저항이 완강하면 포위한 채 내부 봉기와 증원군 도착을 기다리겠다는 것.

바그다드 진격이 시작돼도 이라크가 화학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미군은 보고 있다. 이미 문턱까지 밀린 상황에서 화학무기가 미군 전력에 결정적 타격을 주기 힘들 뿐만 아니라, 전쟁 명분싸움에서 이라크측이 잃는 게 더 클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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