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戰爭]'린치 일병 구하기'…한밤 특수부대 투입 구출

  • 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07분


구출된 제시카 린치 일병. -AP연합
구출된 제시카 린치 일병. -AP연합
‘린치 일병 구하기.’

전장에 나간 미군들의 잇따른 전사 및 실종 소식으로 가라앉았던 미국 사회가 1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이라크군에 포로로 잡혔던 19세 여군의 생환 소식에 들썩거리고 있다.

카타르의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례적으로 2일 오전 3시(한국시간 오전 9시) 기자회견을 열어 신속하게 보도자료를 뿌렸고 10여일 동안 답답한 전황에 갈증을 느껴온 미 언론들은 단번에 이 소식을 머리기사로 처리했다.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병사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출신 제시카 린치. 린치 일병이 속한 미 507보급중대는 지난달 23일 이라크 남부 연합군 보급로인 나시리야 부근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다가 이라크군의 기습을 받았던 부대. 작전에 나섰던 부대원 15명 중 2명은 전사하고 5명이 포로로 잡혀 심문받는 장면이 이라크 국영TV 방송에 보도돼 미 전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린치 일병은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실종자 8명 중 한 명이었다.

미 CNN방송과 워싱턴 포스트 등은 ‘린치 일병 구하기’ 작전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지원을 받아 육 해군 특수부대인 레인저와 실(SEAL)에 의해 전광석화처럼 실행됐다고 전했다. 군사 및 첩보위성으로 이라크를 샅샅이 훑고 있는 CIA는 507보급중대 지휘관들이 제공한 린치 일병의 신상정보를 토대로 그가 유프라테스강 인근 나시리야의 ‘사담병원’에 수용돼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사담 페다인 민병대의 거점인 이 병원은 유프라테스강 북쪽 2㎞ 지점에 있어 보급로 사수작전을 펴고 있는 미 제1해병대의 사정거리에 가까웠다.

해병대와 특수부대가 양동작전을 펴기 시작한 것은 2일 자정 직전. 해병대가 ‘여느 때처럼’ 민병대와 바트당 지역 거점에 전폭기 및 전차와 장갑차를 동원, 포탄을 쏟아 부었고 포성을 틈타 레인저와 SEAL 등 특수부대가 헬기를 타고 병원을 급습했다. 포로로 잡힐 당시 총상을 입었던 린치 일병은 다른 미군 포로와 격리 수용돼 있어 특수부대가 작전을 펴기가 수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 당국은 린치 일병 구출사실과 연합군 시체 11구 수거 사실만 공개했을뿐 다른 포로 구출작전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린치 일병의 가족과의 전화 통화는 허용, 그의 고향인 웨스트버지니아주 팔레스타인 지역 주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있다.

입대 2년이 지난 린치 일병의 해외 파견근무는 이번이 처음. 육군에 입대할 때 모병상담을 맡았던 제임스 그래디 하사는 “실종 소식에 정말 괴로웠다. 귀국 환영파티에 꼭 참석할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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