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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1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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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지상군의 바그다드 진격 시점을 놓고 미 국방부와 육군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13일째 펼쳐지고 있는 이른바 ‘럼즈펠드식 하이테크 전쟁’에 대한 평가 문제가 걸려 있다. 평가 결과에 따라 바그다드 진격 시점이 결정되기 때문.
‘럼즈펠드식 전쟁’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수년간 추진해 온 ‘미군전력 개혁’ 구상에 따른 미래전쟁 전략.
이번 전쟁에서처럼 초정밀 미사일과 공군력을 전쟁의 중심에 두고 특수부대를 최대한 활용하며, 지상군은 경량화한 소수 정예만 있으면 된다는 것.
그러나 지상전이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미 육군은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수를 바탕으로 밀어붙이는 전통적인 전략으로 회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미 주요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즉 폭격으로 공화국수비대를 초토화하고, 제4보병사단의 합류 등을 통해 압도적인 병력을 갖춘 뒤 본격적인 지상전을 벌이자는 것.
이는 럼즈펠드 장관의 라이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합참의장으로 지휘했던 1991년 걸프전의 전략이었다.
파월 장관은 이에 대해 직접 코멘트는 하지 않고 있으나 언론이 육군 지휘관들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자 “바로 내가 훈련시킨 사람들”이라며 간접 지원했다.
하이테크 병기를 동원한 ‘충격과 공포’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육군 지휘관들의 의견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다.
미 행정부와 언론도 자주 “아무리 미래의 최첨단 전쟁이라 해도 결국 승패는 ‘화력과 병력’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측에서는 이르면 주내에 공화국수비대와의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발언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육군측의 요구대로라면 바그다드 진격 준비에만 수주일이 걸린다는 것.
또 이미 공화국수비대 전력이 절반 이상 약화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에 주둔 중인 한 미군 대령은 1일 뉴욕 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럼즈펠드 장관을 적국의 정치·군사적 현실을 무시해 실패했던 베트남전 패전의 주역 로버트 맥나라마 전 국방장관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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