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기자 지상군진입 동행취재 "이라크軍 저항 全無"

  • 입력 2003년 3월 21일 18시 44분


브래니진 기자
브래니진 기자
개전 이틀째인 20일 오후 8시(현지시간) 미국은 이라크 남부에 지상군을 투입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윌리엄 브래니진 기자가 쿠웨이트에서 대기하다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진격한 미 육군 제3보병사단과 동행하며 진격 과정을 취재했다.

다음은 기사 내용.

20일 저녁 미군은 쿠웨이트 국경 근처 4개의 이라크 군 관측 초소에 포탄을 쏟아 부었다. 그 후 육군 제3보병사단 군인들과 탱크, 장갑차들이 장애물과 전기철조망을 뚫고 이라크 쪽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라크 군의 저항은 거의 없었다. 제15연대 3대대 소속 군인들이 이라크 관측 초소 두 군데에서 숨진 이라크 군인 6명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라크 군 탱크 1대도 파괴됐다.

화학 공격에 대비해 방호복을 착용한 군인들이 길게 대오를 이뤄 M1 에이브럼스 탱크, M2 브래들리 전투차량 등과 함께 국경을 넘었다.

지프와 연료트럭 등 지원 차량과 중장비 차량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이날 이라크로의 진격은 땅거미가 내린 지 2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예정 시간보다 24시간 앞당겨진 것인데 이에 대한 지휘관들의 설명은 없었다. 군인들은 진격에 앞서 마지막으로 따뜻한 식사를 했다.

뿌연 하늘 사이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행군 대오는 이라크와 쿠웨이트 사이 9.6㎞ 넓이의 비무장지대를 건넜다. 공병대가 설치한 녹색, 적색등이 행군 이동로를 표시하고 있다.

이라크 관측 초소를 지나자 155㎜ 자주포로 파괴된 건물들도 나타났다. 시신들은 보이지 않았다.

행군 대오는 부숴진 탱크와 장갑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지역도 만났다. 91년 걸프전 당시 미군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군을 격퇴시킬 때 부숴진 것들이다. 군인들은 이 지역을 ‘탱크들의 무덤’이라고 불렀다.

오후 8시경 부사관 1명이 “순찰 완료”라고 지휘관들에게 보고하자 탱크 74대, 브래들리 장갑차 58대를 포함한 차량 2000여대, 그리고 제2여단 병력 4000여명이 일제히 국경을 넘어 이라크로 진격했다.

척후병들은 야간투시경으로 적진을 살폈지만 이라크 군인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부 통신장애가 있었고 미군 탱크와 장갑차 몇 대가 고장으로 멈춰선 것 이외에 진격 작전은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군인들이 발견한 것은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한 무리의 야생 낙타들뿐이었다. 한 지휘관은 “우리가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만난 것은 낙타”라는 무선 보고를 받자 “형편없군”이라고 말했다.

미군 지휘관들은 91년 걸프전에서 지상전이 시작되자 수천명의 이라크 군인들이 투항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제2여단장 데이비드 퍼킨스 대령(44)은 “투항하는 이라크 병사들을 처리하기 위해 이라크 영토 내에 포로수용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리=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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