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러 "공격안 유엔 통과 안돼"

  • 입력 2003년 3월 6일 18시 10분


“프랑스와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의 책임을 다할 것이며, 이라크에 대한 무력 공격을 허용하는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러시아 독일 3국 외무장관은 5일 파리에서 긴급 회동한 뒤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와 러시아가 포함된 이 성명은 그동안 두 나라가 안보리의 대(對)이라크 2차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던 발언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

이날 3국 외무회담은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급조됐다.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도미니크 드빌팽 프랑스 외무장관과 이바노프 외무장관의 회담에 합류했다. 지난달 ‘이라크전쟁 반대’를 천명한 ‘3국 선언’을 발표한데 이어 3국은 명실상부한 ‘반전축(反戰軸·Axis against War)’으로 자리를 굳힌 셈.

드빌팽 장관은 그러나 ‘결의안이 통과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표현이 거부권 행사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무력 사용을 허용하는 2차 유엔 결의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는 러시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피해 나갔다.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표결시 기권할 수 있는 마지막 퇴로는 열어둔 것.

그러나 “이라크전쟁 반대의 득실을 따져야 한다”며 다소 유보적이던 프랑스 내부 여론이 최근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크 시라크 정권을 지지하는 우파 일간지 르 피가로는 “물론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미(對美) 관계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러나 기권한다면 시라크 대통령이 지난 6개월 동안 지켜온 대의를 약화시키는 것이며, 프랑스 외교의 중요한 지렛대 하나가 못 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러시아는 끝까지 전쟁에 반대할 경우의 대미관계 악화와 찬성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얻을 반대급부 및 국제정치적 위상 실추 등을 놓고 주판알을 튕겨왔었다. 시종일관 “전쟁은 어떤 경우도 반대한다”고 주장했던 독일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러시아도 이제 되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나간 게 아니냐”는 게 유럽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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