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동화 읽는 클린턴과 고르바초프

  • 입력 2003년 2월 6일 14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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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내레이터로 나섰다.

러시아 언론은 5일 "두 사람이 러시아 국립오케스트라가 영어로 제작하는 음악동화 '피터와 늑대'를 어린이들에게 정감있는 읽어주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탈리의 여배우 소피아 로렌도 녹음에 참여한 이 작품은 3차례나 그레미상을 받은 지휘자 켄트 나가노가 관현악연주를 총지휘한다.

그러나 두 전직 정상이 한자리에서 함께 녹음을 하는 것은 아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로렌과 함께 녹음을 마쳤고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10일 모스크바에서 녹음을 할 예정이다.

올 봄에 나올 예정인 이 음반은 이 작품을 지은 러시아의 세계적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가 올해 사망 50주년을 맞은 것을 기리기 위해 제작되는 것이다.

'피터와 늑대'는 숲속에서 사나운 늑대와 마주친 용감한 소년 피터의 이야기를 관현악 연주와 함께 들려주는 음악 동화다. 피터와 늑대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으로 망명길에 올랐다가 1936년에야 조국(소련)으로 돌아온 프로코피예프의 귀국 첫 작품. 당초 어린이들이 관혁악에 친숙해지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이 작품은 모스크바의 어린이극장에서 초연됐다. 지금까지 영화배우 숀 코넬리와 가수 스팅 등도 이 작품의 녹음에 참가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원작과 달리 늑대를 이해하려는 독특한 시각이 덧붙여졌다. 나가노씨는 "도시화로 숲이 사라져가는 것을 지켜보며 절망에 빠진 늑대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제작진은 두 사람 중 누가 피터고 누가 늑대역을 맡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녹음의 대가로 받은 출연료를 1993년 자신이 설립한 국제환경단체인 국제녹십자(GCI)의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며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국제에이즈신탁(IAT)에 기탁할 예정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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