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접촉 리처드슨 美주지사]"北-美 하위급 실무대화 곧 착수"

  • 입력 2003년 1월 13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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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주 주지사는 12일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북한의 대화가 곧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날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한성렬 북한 유엔주재 대표부 차석대사 등과 9∼11일 가진 회동 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하위급 실무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에 곧 착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는 보다 고위급의 실질적인 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전화 수화기를 들고 유엔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예비 대화를 시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미국에 대한 호전적 태도와는 달리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와 협상 및 사고방식이 다르다. 북한은 무엇인가를 얻어내기 위해선 또 다른 카드를 꺼내 들고, 수사(修辭)의 수위를 높이며, 보다 호전적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이어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서 원하는 것은 식량지원과 서방의 투자”라며 “북한의 유일한 ‘바겐 칩(bargain chip)’은 핵무기와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한국과의 국경에 있는 150만명의 군뿐이기 때문에 북한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 같은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처드슨 주지사는 또 “북한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직접 거래하고, 강국으로 간주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대화를 갖는 것은 아시아의 긴장을 완화하고 우리의 맹방인 한국을 북한의 침공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이익에 맞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협정 체결과 관련,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하고, 북한은 영변의 핵 시설을 동결 또는 폐쇄하는 내용의 ‘구속력 있는 상호 불가침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한편 뉴욕 타임스는 이날 한 차석대사가 리처드슨 주지사와 가진 회동에서 북한이 유엔에서 미국과 접촉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13일자에서도 미 정부가 한 차석대사의 대화 제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후속 단계로 유엔 내부에서의 기술적 토론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더 실질적인 회담을 가능케하는 기반을 닦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은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북한의 요청에 ‘예스’라고 대답하지 말도록 지시했으나 한성렬-리처드슨 회동에 정통한 한 관리는 북-미 접촉이 곧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리처드슨 주지사가 북핵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한 차석대사에게 전달했을 뿐 부시 행정부를 대신해 공식 협상을 벌인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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