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정책은 트로츠키의 右派버전"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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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을 통해 세계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은 ‘트로츠키주의’의 ‘우파(右派) 버전’으로 보인다고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프가 28일자 칼럼에서 주장했다.

폭력을 통한 기존체제의 붕괴가 보다 나은 세계로 이어진다는 레온 트로츠키의 ‘영속혁명 이론’은 사회주의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반면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지만 방법론으로 볼 때 흡사하다는 것.

파프씨는 또 미국을 공격목표로 삼았던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9·11 테러는 역설적으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부추겼다고 분석했다.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미국의 도덕적 권리와 정치적 경쟁력을 확신하는 미국 내 세력이 힘을 얻었다는 것. 그 결과 미국은 대(對)테러전쟁과 ‘악의 축’ 국가에 대한 무장해제 등 군사력과 정치 경제적 압력을 통한 국제질서 재편에 나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와 유럽연합(EU)과의 군사적 연계 강화도 한 가지 실례.

그러나 이는 무질서만 양산했다고 파프씨는 평가했다. 분리주의와 국가주의가 정당화되면서 테러세력이 규합해 세를 불렸고 이라크 북한 등 소위 불량국가들의 도전이 이어졌다.

부시 행정부가 중동문제의 중재자가 아닌 이스라엘 편향정책을 택한 결과 중동의 ‘힘의 균형’도 깨졌다. 테러를 국제문제보다는 국내문제로 인식해 문명간 전쟁을 꺼리는 유럽과의 견해차 역시 두드러졌다. 임박한 대이라크전쟁 역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라는 명분이 있다 해도 이슬람 국가의 불안정과 반미주의만 심화시킬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파프씨는 결론적으로 2003년에도 알 카에다와 워싱턴이라는 두 극단주의는 계속 서로를 먹여 살릴(feed) 것이라는 역설적인 ‘적과의 동침론’을 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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