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담배소송은 변호사 돈잔치?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26분


미국에서 흡연과 관련된 질병 치료비 청구소송이 일단락된 후 지난 3년간 변호사들이 136억달러(약 14조3000억원)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 전문지 ‘아메리칸 로여(American Lawyer)’ 12월호는 이같이 전하며 3건의 수임료 청구 건이 추가 타결되면 액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98년 필립 모리스 등 4개 담배회사와 향후 25년간 치료비로 2460억달러를 받기로 하고 소송을 취하했다. 담배회사들은 비용조달을 위해 담뱃값을 인상, 결국 현재의 흡연자들이 과거 흡연자들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가운데 변호사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 주 정부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담배회사들이 부담키로 합의됐다. 이에 수임료를 정하는 중재위원회가 설치됐으나 변호사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있어 일부는 소송에서 뒤집어지는 등 물의를 빚고 있다.

9월 뉴욕주 지방법원은 “완전히 이성을 잃은 처사”라며 법률회사 카스타노 그룹에 12억5000만달러를 주라는 중재위의 결정을 기각했다. 10월에도 뉴욕지법은 뉴욕주를 대리한 변호사들에게 보수를 더 주지 말라고 판결했다.

중재위는 위원장을 비롯해 담배회사와 법률회사를 각각 대표하는 위원 등 3인으로 구성돼 있어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위원장은 연방중재조정위원장 출신인 존 웰스.

미 담배소송 변호사 수임료 현황 (단위:달러)
주정부 몫 변호사들 몫
미시시피 41억14억
플로리다132억34억
텍사스173억33억
루이지애나46억5억7500만
오하이오101억2억6500만
일리노이93억1억2100만
미시간87억4억5000만
캘리포니아250억6억3700만
뉴욕250억6억2500만
자료:아메리칸 로여(American Lawyer) 12월호

그는 98년 말 미시시피주를 대리한 두 법률회사 리처드 스크러그스와 네스 모틀리에 주 정부가 받은 41억달러의 34%에 해당되는 14억달러, 플로리다주를 대리한 9개사에 34억달러라는 수임료를 인정해 충격을 줬다. 텍사스주의 경우 33억달러를 줬다. 이는 보상금의 15%였던 당초 계약보다 4%나 더 올려준 것.

아메리칸 로여지는 “중재위가 멋대로 정하는 게 문제”라며 보상금 규모가 비슷한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간 3개 주에서 수임료가 1억2100만, 2억6500만, 4억5000만달러로 다른 점을 지적했다.

스크러그스와 모틀리의 경우 시간당 인건비로 무려 2만2500달러를 받았다. 웰스 위원장은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격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경기시간만 따지면 시간당 5만1403달러를 받는다”며 “국민건강과 주 재정에 기여한 변호사들에게 그 정도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권한이 집중되자 잘 보이기 위해 중재위 청문회에서 사냥 면허증을 갖고 있다는 걸 강조하는 변호사도 있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그는 열렬한 사냥광. 청문회가 해발 2690m의 유타주 스노버드에서 열리기도 했는데 이유는 그가 고지에서 고라니를 사냥하기 위해 희박한 공기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 바람에 청문회에서 산소부족으로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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