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유조선 침몰 피해]해안 200km 해조류-갈매기 몰살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8시 11분


유조선 프레스티지호의 침몰로 기름을 뒤집어쓴 갈매기가 스페인의 야생동물 회복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라코루냐로이터뉴시스
유조선 프레스티지호의 침몰로 기름을 뒤집어쓴 갈매기가 스페인의 야생동물 회복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 라코루냐로이터뉴시스
중유 7만7000t을 싣고 스페인 근해를 지나던 바하마 선적의 4만2000t급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조난 5일 만인 19일 두 동강난 채 침몰해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선령(船齡) 26년의 프레스티지호는 14일 갈리시아 해안에서 약 250㎞ 떨어진 곳에서 태풍을 만나 선체에 균열이 생기면서 중유를 유출하기 시작해 이날 3.5㎞ 깊이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기까지 모두 1만t을 유출했다.

유출된 기름으로 수려한 경관과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지로 유명한 갈리시아 해안의 바위 해변 200㎞ 일대가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여 근처의 갈매기, 게, 해조류 등 수많은 해양생물이 몰살했다.

동강난 선체에서 나머지 중유가 모두 유출될 경우 1989년 알래스카 근해에서 좌초된 엑슨 발데스호가 유출했던 원유보다 2배나 많아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우려된다. 게다가 연료용 중유는 원유보다 독성이 더 강하며 정화작업도 훨씬 어렵다. 원유는 바다에 유출돼 흩어지지만 연료용 중유는 녹은 아스팔트처럼 진득진득하고 커다란 덩어리로 변하기 때문.

다만 구조대는 기름이 배의 잔해에 갇혀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밝혔다. 가라앉은 기름은 차가운 바닷물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키기 전에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

그러나 환경전문가들은 “해저에 가라앉은 유조선 잔해 속 기름들도 결국 유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류, 산호, 기타 해양생물 등 환경에 계속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십년 이래 최악의 환경재앙이 촉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페인 이웃의 프랑스와 포르투갈은 해양오염이 자국 해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응급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엑슨 발데스號 사건이란▼

1989년 3월 엑슨 발데스호는 알래스카의 프린스윌리엄사운드 해안에서 암초에 부딪혀 좌초됐다. 이때 유출된 4만t의 원유가 1600㎞의 알래스카 해안을 덮어 그 해 여름 1만1000명의 인원이 청소작업에 동원됐으며 30억∼150억달러에 달하는 환경피해를 보았다. 또 수십만마리의 물고기와 바닷새, 수천마리의 해달 등이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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