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정 붕괴]중동평화 갈수록 태산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8시 08분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총리(오른쪽)가 의회 연설문을 읽는 동안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이 하품하고 있다. - 예루살렘AFP연합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총리(오른쪽)가 의회 연설문을 읽는 동안 노동당의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이 하품하고 있다. - 예루살렘AFP연합
이스라엘의 집권 리쿠드당과 노동당의 연립정권이 출범 20개월 만에 사실상 붕괴했다.

리쿠드당의 아리엘 샤론 총리와 노동당의 베냐민 벤엘리에제르 국방장관이 지난달 30일 유대인 정착촌 예산 문제를 놓고 대립해 결별을 선언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벤엘리에제르 장관,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 등 노동당 소속 장관 6명 전원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후임 국방장관으로 강경파 샤울 모파즈 전 군참모총장이 내정됐다.

▽연정 붕괴 이유〓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촉발 요인 중 하나였던 팔레스타인인 거주지역 내 유대인 정착촌(145개·20만명 거주)에 대한 예산 배정 문제 때문이다. 샤론 총리는 정착촌 건설을 지원해 왔으나 벤엘리에제르 노동당 당수는 팔레스타인측의 반발이 워낙 거센 데다 실효가 없다며 일부 정착촌의 철거를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이견은 내년 예산 가운데 정착촌 지원금 1억5000만달러를 삭감해 빈곤층에 대한 복지 예산을 늘리자는 노동당의 입장과 그럴 수 없다는 리쿠드당의 충돌을 초래, 연정 붕괴로 이어졌다.

팔레스타인 정책을 둘러싼 양당의 입장 차가 너무 커 연정붕괴는 예고된 것이었다고 보는 관측도 많다. 유혈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이스라엘의 경제성장률이 -5%를 기록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중재 노력들이 샤론 총리의 강경 노선으로 무산되자 노동당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졌다. 19일 노동당 당수 경선에 나설 벤엘리에제르 당수로서는 당내 온건파 경쟁자들의 도전을 감안해 정착촌 문제에 대해 양보의 여지가 없었다.

▽연정의 전망〓노동당(25석)의 결별 선언으로 연정에는 리쿠드당과 중도파인 중도당, 종교정당인 샤스당 등 6개당이 남게 됐다. 이들은 전체 120석 중 과반수가 안 되는 57석을 가지고 있다.

샤론 총리는 조기 총선을 피하고 소수 정당들을 더 끌어들여 과반수를 채울 것임을 30일 시사했다. 이럴 경우 그는 이달 4일까지 소수 정당의 지지를 얻어내야 한다. 극우 이스라엘 베이테뉴(7석)가 우선 협상 대상으로 알려졌다. 연정의 우파 색채가 강해지면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상 등에 강경 색채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한편 샤론 총리가 우파 연정에 실패할 경우 의회를 해산하고 90일 이내에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 벤엘리에제르 당수는 내년 3∼4월 조기 총선 실시를 샤론 총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샤론 총리가 자리를 내줘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이스라엘 의회 내 제1당은 노동당이며 샤론 총리가 지난해 2월 총리가 된 후 총리 직선제가 폐지되고 제1당 당수가 총리가 되게끔 의회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권기태기자 ktt@donga.com


이스라엘 연정 주요 일지
시기내용
2001년 2월샤론 리쿠드 당수, 총리 직선제 선거에 나서 당선
3월이-팔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리쿠드당과 노동당 등 8개 정당, 집권 연정 구성
2002년 9월샤론 총리, 이-팔 분쟁 종식 위한 오슬로 평화협정과 캠프데이비드 협정 무효 선언
10월벤엘리에제르 국방장관 등 노동당 출신 각료들이 이스라엘 정착촌 지원 반대를 밝히자 샤론 총리가 이들을 해임하겠다고 위협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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