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테러는 알 카에다 워밍업?…타임지 대규모 공격경고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8시 08분


인도네시아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는 ‘알 카에다’로 대표되는 테러조직들의 공격이 9·11테러 이후 재정비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28일자)가 보도했다.

타임은 미 정보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최근의 발리와 필리핀 삼보앙가 등지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테러가 미국에 대한 더 큰 공격에 앞선 ‘워밍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테러〓발리 테러뿐만 아니라 예멘에서 발생한 프랑스 국적의 유조선 테러, 쿠웨이트 주둔 미군에 대한 공격, 튀니지의 독일인 관광객에 대한 테러 등 최근 벌어진 사건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 밖에서 △서방을 상징하는 시설이나 소규모 집단에 대한 △소규모의 공격이라는 점이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예전부터 테러사건들이 잇따랐지만 발리 테러 이전에는 서방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는 없었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맞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최신호(28일자)는 지적했다. 과거에는 과격 이슬람 단체들간의 충돌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였다. 이잡지는 이제 동남아시아 지역의 과격 단체들이 국제적 테러 조직망과 손을 잡았다고 우려했다. 최근 테러의 또 다른 공통점으로는 알 카에다가 훈련을 시켰거나 자금을 지원했다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것.

▽알 카에다의 재정비〓알 카에다는 지난해 미국의 대 아프간 전쟁으로 훈련캠프가 붕괴되면서 세계에 산재한 이슬람 과격단체들과 손을 잡았다.‘미국에대한성전(지하드)’이라는 공통된 명분 때문에 연계가 손쉽게 이뤄졌다.

이 같은 형태의 조직 확장 덕분에 중앙으로부터의 직접적 명령 없이 각각의 세포조직들이 “오사마 빈 라덴이 원할 법한” 행동을 할 수 있는 느슨한 결합이 이뤄졌다고 타임은 분석했다. 이 달 예멘과 쿠웨이트에서의 테러를 칭찬하는 빈 라덴의 메시지가 아랍계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알려진 것도 새로운 단면을 보여준다. 빈 라덴의 생존 여부에 관계없이 알 카에다는 최소한의 접촉만으로 전 세계에서 테러를 저지를 수 있게 됐다.

이제 알 카에다는 하나의 조직이라기보다는 공산주의나 파시즘처럼 일시적인 후퇴가 있더라도 추종자들의 충성심으로 지속되는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대 이라크 전쟁이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여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더라도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방에 대한 증오심은 되레 심화될 것이고 조직도 세포조직으로 전환돼 이들을 뿌리뽑기가 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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