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징성 ˝한국, 민주화운동가 탄압하나˝

  • 입력 2002년 10월 8일 15시 33분


중국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가인 웨이징성(魏京生·52)이 지난달 3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국내에 체류중인 중국 반체제인사 쉬보(徐波·40)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처우에 항의했다.

웨이징성씨는 70년대 말 중국 제1세대 반정부 운동을 이끌다가 18년간의 복역생활 끝에 97년 석방돼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반체제운동 지도자로,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여러차례 오른 인물이다.

웨이징성씨는 이 서한에서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지금의 한국 정부가 역시 민주화 운동을 하는 쉬보씨의 한국내 활동을 제약하고, 추방 위협까지 한 사실은 충격적이다"며 "쉬보씨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영문으로 된 이 서한의 내용은 8일 외국인난민돕기모임(대표 최항규·崔晃圭)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공개됐다.

쉬보씨는 99년 한국에 입국, 지난해 9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로부터 '위임 난민'(mandate refugee·체류국의 난민 인정 여부에 관계없이 UNHCR가 UN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판정한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난민돕기모임에 따르면 그는 법무부로부터 "국제적 지명도가 없다" "중국 민주화 운동에 뜻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난민지위를 부여받지 못한 것은 물론, 지난달 초 출입국관리국에서 "정치활동을 계속할 때는 추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는 쉬보씨가 입국했을 때 자체 조사를 벌여 그가 난민지위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으며 이번 서한으로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쉬보씨는 '텐안문(天安門)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을 비판한 '레드 파시스트'라는 책을 쓴 뒤 99년에 입국했으며 올해 4월부터 웨이징성씨가 대표로 있는 '중국민주화 해외연석회의(OCDC)'의 한국 지부 지부장을 맡고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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