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내 대통령궁도 사찰"…이라크 반발

  • 입력 2002년 9월 29일 16시 10분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에 대해 30일 내에 대량살상무기를 완벽히 공개하도록 하고 사담 후세인의 대통령궁까지도 사찰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이라크는 28일 강하게 반발했다. 결의안에는 이라크가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즉각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29일 이라크가 결의안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이라크문제는 외교에서 전쟁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영이 추진하는 결의안=결의안은 이라크로 하여금 △무기 프로그램을 전부 밝히고 △모든 관계자들과 대통령궁을 포함한 모든 장소에 대한 유엔사찰단의 접근을 허용토록 하며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30일내에 생물·화학 및 핵무기 제조공장에 대해 완벽히 해명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1998년 코피 아난 총장과 이라크간에 체결된 양해각서에서 사찰 대상을 8곳으로 제한하고 아난 총장이 임명한 '고위 외교관' 등 대표단의 접근만 허용하도록 한 것과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결의안이 채택되면 이라크는 유엔 통보를 받은지 7일 내에 결의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결의안을 30일 안보리에서 통과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이와 별도로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 사찰단장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라크 관계자들과 만나 사찰단 복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라크의 반응=새 결의안 내용에 대해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과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28일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라마단 부통령은 "사찰단에 대한 이라크의 입장은 이미 결정돼 있다"며 "이라크를 해치려는 어떤 추가 조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아지즈 부총리는 "전쟁이 날 경우 미군은 지난 수십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막대한 인명피해를 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라크측의 반발에 대해 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28일 "이라크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발언권이 없다"고 일축했다.

▽안보리 이사국 반응=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자동적인 대 이라크 공격을 가정한 어떤 결의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요구한 뒤 이라크가 이를 거부하면 두 번째 결의안을 채택하자는 2단계 대응론을 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6일 이라크 위기는 신속하게 해결돼야 하며 새로운 유엔 결의안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는 시라크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유엔 안보리 지지없는 이라크 공격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영국의 채널4 TV는 29일 "여론조사 결과 세계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인물로 응답자의 43%가 후세인, 37%가 부시 대통령을 꼽았다"고 전했다. 또 80%가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에 반대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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