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앙銀 금융불안 해소 고육책 “일반銀 보유주식 매입”

  • 입력 2002년 9월 19일 22시 39분


일본은행이 금융시스템 개혁을 위해 민간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는 고육지책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하야미 마사루(速水優) 일본은행 총재가 18일 밝혔다.

하야미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일본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면 이처럼 비정상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 은행은 자유의지로 루비콘강을 건너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본 중앙은행의 주식매입은 12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 국제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윤곽은 일본은행이 민간은행이 보유한 주식을 6조엔가량 사들여 최소한 10년 정도 보유한다는 내용이다. 10개 이상의 상업은행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본 은행권의 전체 주식보유물량은 약 40조엔대로 일본 중앙은행이 이 가운데 15%정도를 사들이는 셈. 정부와 정치권에서 중앙은행의 주식 직접 매입이라는 아이디어를 종종 내놓았으나 일본은행은 줄곧 반대입장을 취해왔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시장에 직접 들어가는 이러한 ‘충격요법’은 부실의 고리를 끊기 위한 불가피한 고육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일본 은행권의 공식 부실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하는 43조엔.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GDP의 20%가 넘는 100조엔대로 추정되고 있다. 10년 장기불황으로 금융권이 부실을 털어내는 것보다 새 부실이 생기는 속도가 더 빨라 은행의 자산건전성은 더욱 악화돼왔다.

하야미 총재의 이 같은 발언으로 이날 오후 도쿄(東京)증시를 비롯한 일본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주식시장에서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크게 올랐으나 엔화환율과 채권시장은 ‘중앙은행의 신뢰저하’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로 한때 폭락세를 연출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본은행이 자동차, 전기·전자, 전력, 철도 등 역사가 깊고 발행주식수가 많은 대기업의 유력 종목만 사들일 경우 주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