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피랍 日人8명 사망]“死因도 안밝히고…” 日열도 분노

  • 입력 2002년 9월 18일 18시 35분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피랍 일본인 8명이 이미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일본열도가 분노에 휩싸이며 북한과 일본 정부에 대한 반발로 들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따라 18일 피랍자 가족들에게 직접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다음달 북한과의 수교교섭을 시작하기 전 북한에 생존해 있는 피랍자 4명을 귀국시키기로 하고 수속절차에 들어가는 등 파문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해 다음달 중 재개 예정인 수교교섭은 당초 계획했던 도쿄(東京)가 아닌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여당연락회의에 참석, 정상회담 결과와 피랍 일본인 조기 귀국조치 방침 등을 설명했으며 27일에는 피랍자 가족을 직접 만나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여당측에서는 “정상회담 결과는 높이 평가하지만 피랍자가 8명이나 사망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수교교섭보다 사실규명과 북한측 책임자 처벌을 우선과제로 처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 부장관도 이날 오전 피랍자 가족들이 묵고 있는 도쿄시내 호텔로 찾아가 북한에 대해 납치규명이나 보상청구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생존 피랍자의 귀국을 처리할 담당기구를 내각에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외무성에 따르면 생존 피랍자 4명은 17일 외무성 간부와의 면담에서 모두 귀국의사를 밝힌 상태. 일본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생존자 가족이 북한을 방문해 이들을 면회하도록 하고 본인의사를 재확인한 후 수교교섭 재개 전 귀국을 실현시킨다는 목표다.

외무성측은 또 국민감정을 고려해 수교협상을 도쿄에서 개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평양으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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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피랍자 가족모임은 “정부가 조금만 더 서둘렀다면 이렇게까지 사망자가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 책임을 추궁하며 분노를 삭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한달 내 생존자 귀국 △사망자 및 생존자 상황규명 △20년간 상황을 방치한 일본 정부와 북한의 사죄와 보상 등을 요구했다.

일본 언론도 18일자 신문에서 모두 피랍 일본인 문제를 부각했으며 방송들도 피랍자 가족들의 기자회견 장면을 반복 방영해 시청자들의 분노와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러나 아사히 등 일부 신문은 “냉정하게 회담결과를 평가하고 북-일 관계를 진전시키자”고 호소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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