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軍人되기 거부합니다”…징집앞둔 고교생 반대선언

  • 입력 2002년 9월 18일 17시 58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은 부도덕한 일일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고통과 공포,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 이는 결국 테러를 유발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안보에도 불리하다.”

징집을 앞둔 이스라엘 고등학생 231명은 17일 이 같은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발표하고 “우리는 점령군의 군인이 되기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자국의 군대를 ‘점령군’으로 규정하고 병역을 거부한 것.

이들은 선언문을 아리엘 샤론 총리와 벤야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 미모르 비브라트 교육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샤론 총리나 벤 엘리저 국방장관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스라엘에서의 병역 거부 사례는 꾸준히 늘고 있다. 1년 전에는 고등학생 62명이 징집을 거부했고 올 2월에는 예비역 장교들까지 복무를 거부해 지금까지 모두 489명의 예비역 장병들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서 복무를 거부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들 중 8명은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4일 대법원에 내기도 했다.

처음에는 애써 무시하던 이스라엘 당국도 몇 개월 전부터 강경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징집을 거부한 학생들 중 수십명이 2∼4주의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5명이 복역 중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남녀 모두 만 18세가 되면 군대에 가야 한다. 복무기간은 남자 3년에 여자는 1년9개월. 복무가 끝난 후에도 남자들(예비군)과 일부 여성들은 매년 1개월씩 예비군 소집에 응해야 한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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