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외아들인 세르게이 흐루시초프 박사(미국 브라운대 명예교수)는 10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를 통해 “냉전 기간에 서방측에 의해 난폭하고 무례한 소련외교의 상징처럼 자주 인용돼 왔던 이 사건은 알고 보면 증거도 없이 유포돼 사실처럼 믿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이나 화면이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막상 찾아보니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흐루시초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미국 NBC 방송과 캐나다 방송 등도 당시의 ‘역사적인 구두’를 찾는 등 요란한 취재를 했지만 구두는 물론 당시의 장면을 잡은 사진도 찾지 못했다.
흐루시초프를 근접 경호했던 국가보안위원회(KGB) 호위총국장 자하로프 장군도 “필리핀 대표가 소련의 강제수용소를 비난하자 흥분한 흐루시초프가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했지만 구두는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 총회장 안이 더워 흐루시초프가 구두가 아닌 샌들을 신고 있었으며 이를 잠시 벗었던 것 같기는 하다”고 말했다. 흐루시초프 박사는 “서방측의 교묘한 선전에 의해 아버지는 하루아침에 교양 없는 지도자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