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경제]“남미發 대규모 디폴트 막아라”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51분


국제금융계가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의 남미 순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닐 장관이 4∼7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3개국을 방문한다. 모두 남미발 경제위기의 핵심권에 있는 나라이다.

따라서 그의 방문은 이들 국가의 경제위기가 중남미는 물론 세계의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될지 여부를 진단해 볼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4일 “오닐 장관이 이번에 ‘긴급 구제금융’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지 않는다면 남미에서 대규모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 "우루과이에 15억$ 긴급 지원"

▽선별적 남미 지원〓이번 방문 중 오닐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을 벌인 후 종합적인 지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3개국 지원에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던 오닐 장관은 1일 브라질과 우루과이에 대해서는 “경제가 비교적 건실한데 자금 유출로 일시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해 자금 지원 쪽으로 방향을 바꿨음을 시사했다. 토머스 도슨 IMF 대변인도 “브라질과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에 비해 위기에 비교적 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던 브라질 레알화 가치는 연 이틀 상승세를 보였다.

미 정부와 IMF가 브라질과 우루과이를 지원하기로 한 것은 이들 국가의 위기가 국외적 요인과 정치 불안정 때문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 반면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경제관리의 실패이기 때문에 경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브라질 금융시장의 불안이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10월 대선에서 좌파 성향의 야당 지도자가 당선될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자금을 빼내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남미 역내 경제의존도가 큰 우루과이는 브라질·아르헨티나 경제난으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고 외화 반입이 크게 줄어든 데다 관광객이 80% 이상 감소한 것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면 미국이 아르헨티나에 초긴축정책을 취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으나 이미 공식 실업률이 25%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하면 소요 사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아르헨티나 정부는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줄 잇는 대규모 시위〓이들 3개국에서는 경제난으로 인한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소요가 가장 심한 곳은 우루과이로 최근 1주일여 동안 은행업무 중단과 예금인출 제한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수도 몬테비데오를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상점 약탈과 근로자들의 파업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3일 우루과이 정부가 3년간 국영은행 예금동결, 은행업무 중단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비상조치를 내놓아 시위는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루과이 치안당국은 5000여명의 경찰을 동원해 사태 수습에 나섰으며 지금까지 20여명이 체포됐다.

1월 디폴트 선언을 전후해 유혈사태가 발생했던 아르헨티나에서는 7일 오닐 장관의 방문에 맞춰 실업자와 노조가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브라질 국민도 최근 브라질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산 오닐 장관의 방문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닐 장관은 지난달 28일 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에 대한 지원금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계좌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보장하는 정책이 있어야만 IMF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브라질 국민의 감정을 자극했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