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산책]'잊혀진 國父' 워싱턴 다시 살리기

  • 입력 2002년 7월 31일 18시 38분


미국인들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을 생각할 때 무엇을 떠올릴까. 어린 시절 벚나무를 도끼로 찍어낸 뒤 야단맞게 된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이를 인정했다는 전설적인 정직함, 나라를 세운 국부(國父)로서의 엄숙함, 18세기에 유행했던 가발을 쓴 딱딱하고 고지식한 인상의 초상화….

미국은 수도의 명칭에 워싱턴의 이름을 붙일 만큼 그를 높이 받들고 있지만 실상 요즘 미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교과서에서도 워싱턴에 관한 기술은 60년대에 비교하면 10%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의 상위권 55개 대학의 학생들을 상대로 실시한 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99%가 특정 만화의 주인공은 알아맞혔지만 ‘전쟁과 평화, 고향사람들의 마음에서 항상 첫 번째’로 불린 인물이 워싱턴임을 맞힌 응답자는 42%에 불과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버지니아주 포토맥 강가에는 워싱턴의 저택과 농장 등 기념물이 보존돼 있는 마운틴 버넌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마운틴 버넌 여성연합측은 이 같은 세태를 안타까이 여긴 나머지 그의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섰다.

신대륙을 개척한 탐험가이자 프랑스군 및 아메리카 인디언들과 싸웠던 군장교였고 친구의 부인과 열애에 빠졌던 워싱턴의 적극적인 모습을 부각, ‘인디애나존스’처럼 지략과 용감함을 겸비한 히어로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워싱턴은 189㎝ 정도의 키에 젊은 시절 체중이 80㎏ 정도였던 강인한 신체의 소유자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마운틴 버넌측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사에 의뢰, 15분짜리 영화를 만들고 할리우드 식의 첨단 영상 음향 시설을 갖춘 홍보관 건축 등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건국의 아버지를 마치 액션영화 주인공처럼 만들려는 시도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일단 관심을 끌기 위해선 다소 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는 워싱턴 대통령이 과연 미국인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하다.

한기흥 워싱턴 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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