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사임한 오즈칸 부총리]터키국민 신망 높아

  • 입력 2002년 7월 9일 19시 22분


후사메틴 오즈칸 부총리(52)는 전격적으로 사임과 탈당 수순을 밟음으로써 ‘반(反) 에체비트’ 전선의 선봉에 서게 됐지만 그는 최근까지 에체비트 총리의 ‘정치적 적자(嫡子)’를 자임하며 당내 기반을 다져온 인물. 1999년부터 에체비트의 민주좌파당(DLP)과 극우 민족행동당(MHP), 중도우파 조국당(ANAP)의 연정 고리를 잇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극도로 꺼리는 오즈칸 부총리는 터키의 험난한 개혁작업을 원만히 진행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왔으며 재계나 야당은 물론 정치권에 입김이 센 군부와의 협상에서도 남다른 수완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에체비트 총리가 7일 한 TV 인터뷰에서 “나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도 오즈칸 부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그를 공격하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두 사람의 갈등과 알력이 노골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오즈칸 부총리가 이끌고 있는 DLP의 주요 인사들은 현 정부가 유럽연합(EU)이 제시하고 있는 민주주의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길 만한 의지와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으며, 현 정부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세력을 키워온 것이 에체비트 총리의 불신을 사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오즈칸 부총리는 터키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국민적 신망이 높은 이슬람 야당 지도자 레카이 쿠탄도 오즈칸 부총리의 통솔력과 지도력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외신종합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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